2012. 8.17.쇠날. 굵은 비 가다오다

조회 수 1106 추천 수 0 2012.09.10 01:01:32

 

 

선정샘이 전화를 주었습니다.

누군가 교무실에 있겠구나 하고 한 전화였다고.

마침 아이가 계자 사진을 올리고 있었던 거지요.

올 여름 보지 못하고 지난 선정샘과 세현이를 그리워합니다.

그래도 성빈이가 보름을 지내다 가서 위안.

 

사나흘 학교를 비워야 합니다.

침잠을 위해서도 바깥일들을 서둘러하고 돌아와야지 합니다.

젖은 여러 날은 금세 검은 곰팡이들을 곳곳에 피워내고

이 끝에서 저 끝, 바닥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부엌을 치워냅니다.

 

광평농장에도 들립니다.

계자 직전 손이 닿지 못해 현옥샘은 김치를 담가주셨습니다.

누가 좀 잠깐만 일하나 덜어주었으면 싶던 순간이었지요.

손을 보탰던 올해의 고추는 풍작입니다.

그걸 돈사는 일도 손 보태야지 합니다.

김장할 고춧가루 사셨는지요?

 

중부고속도로 일죽 앞서 막히는 길 위에 오래 있었습니다.

사고가 났던 모양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차 안에서

잊었던 혹은 피했던 감정들이 타고 오릅니다.

삶이 진득진득한 코르타르처럼 느껴지는 한순간.

고통으로 이지러져도 아침이 오고,

고통으로 고통을 눌러도 아침이 오고,

사는 일이 때로 그런 날도 있음을 알지만

고통은 또 낯선 고통입니다.

사람들은 그래도 삽니다.

저 역시 그 사람들 속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날들을 어이 다 건너는지.

사는 일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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