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흙날. 해

조회 수 864 추천 수 0 2012.09.24 02:16:13

 

 

쌀쌀한 아침, 어슬한 밤입니다.

9월인 겝니다.

학교에서는,

빨래방 안 장갑들을 정리하고

복도 뒤란 나무보일러실 지붕 위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연탄을 옮겼습니다.

장을 나가지 않고 몇 주를 보냅니다.

어떻게든 먹고 삽니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열흘이 지나도

여전히 모기는 기성입니다.

“모기가 달려드는 게 아니라 아주 빨아 들이누만.”

곁에 있던 어르신 하나가 어느 날 그러시데요.

모기한테 물리면 모기를 잡아도 물린 부위의 가렵기는 매한가지인데

마치 모기를 잡으면 그 가렵기가 줄여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어코 맴도는 모기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그런 걸 겝니다,

복수가 그런 것일 테지요.

실제 회복되는 게 아니면서

그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면서

생채기 난 마음을 어찌 해야겠는 것,

그래서 기어코 따귀라도 때려야 말하자면 직성이란 게 풀리는.

 

짧은 편지 한 통이 닿았습니다.

당신 뭐 하느냐, 이제 나와라, 나와라 하는 글이었습니다.

계자 끝내고 여러 공사 일정을 해치워야 한다 공지를 하고

가을학기를 비껴갈 그럴 듯한 명분도 앞에 놓고

지독한 무기력과 일종의 분노에서 맴돌기 여러 날,

어떤 일인가 일어는 났겠지만,

그것을 당신이 수습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사는 거 아니냐,

이제 고만 나와라, 나와라, 그런.

‘물꼬에선 요새’를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죽고 싶은 시간, 죽을 듯이 무기력한 시간에

샘의 글 한 줄이 자기를 살렸노라고,

어떤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어서 살렸고,

한편 그 흔들림 없는 아래로 떨리는 시간들을 엿보며 또한 살았다고,

글을 놓지 않고 있을 줄 아니 그저 쓰고 또 쓰시라 했습니다.

 

‘내 견고함이 네게 사는 힘이라면,

한편, 내 흔들림이 또한 한 존재가 세상을 끝장내지 않고 살 힘이라면,

그거 하나만으로 내 생이 충분할지니.

 

틈틈이 올려놓겠다,

쓰지 못할 이야기가 더 많더라도,

혹여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날이 있을지라도.

같이 '살자'고 쓰겠다.’

 

어쩌면 헤어날 명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네,

끄응, 일어서야지, 그렇게 허랑했던 시간들을 수습해야지 합니다.

죽은 듯이 누워있던 시간들에

그렇게 손을 뻗어 일으켜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렇게 그렇게 삶이 이어지나 봅니다려.

그런데 사람의 일이, 사람의 마음이

한 순간 세워지고 몸이 일어나면 좋으련

그게 어려운 게 또 사는 일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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