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8.흙날. 갬

조회 수 987 추천 수 0 2012.10.01 14:58:26

 

밤새 내리던 비, 새벽과 함께 거세지더니

아침은 말짱한 볕에 자리를 내주고 떠났습니다.

며칠 째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하늘입니다.

 

오늘은 이웃농장 광평에 가서 배추를 심었습니다.

올 배추는 그곳에서 모종을 냈고

아예 거기서 심어 같이 키우기로 하였지요.

가을학기 아이는

다시 이전의 학기들처럼 주에 한 차례 머슴을 살러갈 것이라

그 편에 돌보기로 하였던 것.

두 집 식구들 다섯이 이랑에 구멍을 내고 물을 넣고,

물이 스미고 나면 배추 모종을 넣었습니다.

“헐겁게 넣어야 해.”

너무 단단히 흙을 누르면 뿌리내리기가 힘겨울 겝니다.

“땅심이 무서워...”

금세 뿌리 내리고 그 땅심으로 살을 찌워나갈 테지요.

쑥, 쑤욱 자랄 것입니다.

“나비 같아...”

“그러고 보면 농사짓는 일이 참 재밌어.”

세 판은 남겨 실어왔습니다,

물꼬 남새밭에 심겠다고.

“마당 앞에도 있어야 쉬 뽑아 겉절이도 하고 국도 끓여 먹고...”

 

학교에서는 무밭을 만들었습니다.

깻잎 따 데쳐 볶고 졸이고,

고구마줄기도 걷어다 껍질 벗겨 데치고.

면소재지서 고추도 빻아왔습니다.

우리 수확한 이 가을 첫 고춧가루랍니다.

 

어둑한 길 한 마을을 가로질러 오다

새끼고양이 하나 바퀴에 부딪혔습니다.

다행히 천천히 운전하던 참이라

길을 건너는 그를 발견하고 거의 멈추다시피 했는데,

당황한 그가 달려들었던 것.

고백하자면, 홀로였다면 도망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도망가고 말았을 겝니다.

아이랑 고양이를 안아 실었지요.

상촌에서 그를 위해 우유를 사러 차 세워 문을 여는데

벌떡 일어나 내려 달려가버렸습니다.

“아, 살았구나...”

도망갈 게 아닙니다.

2차 사고가 늘 더 무섭지요.

뺑소니가 그런 거 아니던가요.

내버려뒀더라면 그만 지나는 차에 깔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주친 일을 수습할 것.

 

별 쏟아져 내리는 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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