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밤마다 이리 비인가요.
이 밤, 또 내리고 있습니다.
백로가 엊그제,
백로가 든 주말이면 호두 터는 소리 산마을에 높은데,
이르든지 늦든지 꼭 그 즈음엔 호두가 익는데,
비가 많았던 여러 날이라 이 주말은 아직 조용했습니다.
오는 주는 호두들을 털 수 있겠지요...
오늘은 우리 밭에 배추를 심었습니다.
어제 이웃 광평에서 함께 키울 배추를 거기 심고는
그래도 가까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빼먹어야 한다고
모종 세 판을 들고 왔더랬지요.
아이가 키우던 푸성귀들을 잘 얻어먹었던 간장집 남새밭,
둑을 만들고 거기 심었습니다.
호미 들은 결에 간장집 마당 풀들을 매고 일어서니
무겁게 먹구름 안고 있던 하늘, 비 뿌렸지요.
제 69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발표하는 날,
마침 물꼬요새를 쓰고 있던 시간이라
수시로 인터넷을 확인합니다.
아,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떴지요!
누군가의 상을 이토록 기다려본 적이 있었던지.
‘김기덕 `피에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종합)연합뉴스 2012.09.09 (일) 오전 4:10’
마침내!
그의 <아리랑>을 보면서 이날을 기다렸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나왔던 그 구도자의 뒤꿈치,
그리고 <아리랑>에서도 여전하던 그의 갈라지고 터진 뒤꿈치가
이즈음의 저를 밀고 가고 있었더랍니다.
수상 소식과 함께, 그를 사랑하는 한 카페에서 운영자가 되어달라는 요청도 왔더랬지요,
10년 전에 쓴 김기덕 영화에 대한 느낌글을 읽고.
그런 걸 할 처지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수상으로 한동안 수선스러울 것이라
조용할 때를 기다리겠다 하지요.
그의 고독한 행군이 상으로 돌아와서 함께 기쁩니다,
자루에 들어가 있는 그의 다른 상패들처럼
그렇게 들어가 묶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