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24.달날. 맑음

조회 수 932 추천 수 0 2012.10.21 12:36:37

 

 

하늘 좀 보셔요.

밭엔 무 싹이 오르고 있습니다...

 

습으로 오래 고생한 달골에 본격적으로 공사 진행.

햇발동 뒤란에서 절토한 흙,

성토는 포도밭을 패낸 자리로 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흙이 많아 공사비로 또 실랑이.

이렇게 한 달을 가야 합니다.

 

멀리서 한 소장학자의 우편물이 하나 닿았습니다.

같이 실크로드를 걷기도 한 인연이지요.

이번에 와칸계곡(결국 통제되고 마셨더라지요)을 다녀오며

타지키스탄 화폐를 보내오셨지요,

아이가 각 나라의 화폐를 수집한다는 얘기를 잊지 않으시고.

작은 일일지라도 생각하고 챙기는 것이 어디 쉽던가요.

고맙습니다.

그 마음과 바지런하심으로 또 힘을 내봅니다.

 

이 산에서 나온 송이를 두 곳의 어르신께 보냅니다.

“우리는 맛도 못 보고...”

농사짓는 이들 삶이 그렇지요,

늘 좋은 것은 돈을 사거나 선물로 보내거나.

어려운 시간 힘이 되었던 두 어르신께 이렇게라도 인사하고팠습니다.

그런데 한가위 물류가 많아 이삼일 걸릴 수도 있다는데,

여러 날 이곳에 둘 것도 아니어 그냥 보냈습니다,

못 먹는 건 당신들 운이겠거니 하며.

삶이 고맙도록 한 분들이 어디 당신들만이실까요.

논두렁들이며 품앗이일꾼들이며 새끼일꾼들을 두루 생각한 또 하루였습니다.

 

아이는 달날이면 이웃 유기농가로 머슴을 살러갑니다.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가방 옆구리에 앞치마가 말려져 있었습니다.

나다니면 꼭 챙기는 어미의 앞치마처럼

그 아이도 그러고 있었지요.

자기 전 전화를 한 아이,

오늘은 사과를 땄답니다.

“3분의 1이상 빨갛게 익은 것을 따고,

통 세 개를 만들어.

하나는 성한 것으로, 팔 것!

다음은 ‘약한 기스’, 먹을 거지.

마지막 거로는 사과즙을 짜. ‘심한 기스’.”

“맛은 똑 같더라. 그러니까 안 좋은 걸 사과즙에 넣는 게 아니라니까.”

그 댁 머슴 류옥하다 선수 왈.

 

교무실에서 묵는 날들(벌써 좀 춥긴 하지요),

한밤중 개들이 한참을 소란하였습니다.

슬쩍 무서워졌지요.

소사아저씨를 불러 내립니다.

서로 줄이 엉켜있었지요.

 

부모된 자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고

부모된 자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의 삶이 자식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라 하더이다.

으음, 붉어지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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