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새벽,
그리고 찬바람이 이어졌습니다.
가마솥방 난로를 피우기 시작.
달골, 벽면 달력을 네 장이나 넘깁니다.
그동안 거실에 새는 물을 시작으로 비워두었던 공간이었지요.
그리고 교무실에서 피난살이,
요 며칠은 간장집을 치워내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했더랬습니다.
이른 아침 어제 못다 한 청소를 위해 다시 달골 올라 정리.
아직 손이 갈 곳이 여럿입니다.
바깥은 아직 공사 중.
도대체 공사가 되긴 되는 건지.
한 달을 예정했던 일이
그간 한가위 연휴도 있었는 데다 사람들이 보이다 안 보이다 하며
달을 넘기고 있답니다.
아침, 읍내를 서둘러 다녀옵니다.
수리점에 간 전화기도 찾고
식료품도 좀 사고
예취기도 고쳐오고.
위탁교육 한 주.
1:30 도착.
환한 속에 몇 방울 내리던 비가 점심을 지나며 시커매지더니
빗방울도 굵어졌고 바람까지 불었습니다.
아이도 부모도 어수선했을 테지요.
아이 아버지가 아이랑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
저녁도 함께 먹고 낯선 곳에서 멀리 아비를 처음으로 보내는 아이의 마음,
그 심정을 잘 헤아리며 한주를 함께 하지 합니다.
아픈 ‘무식한 울어머니’를 두고 떠나와
응급실을 다녀오고도 고통을 호소하는 어머니의 전화.
날은 흐리다 결국 비 뿌리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셨단 소식.
멀리서 애만 탑니다.
칠흑이었던 하늘 가르고 달창으로 잠시 엿보다 다시 닫힌 하늘,
바람이 겨울을 몰고 오나 봅니다.
그래도 아이들로 마음 푹합니다.
그런데 어제까지 확인해두었던 보일러가 이 밤에 말썽입니다.
그나마 임시가동장치가 있어 다행.
멀지 않은 곳, 면소재지에 사는 보일러 기사도 있어서 다행.
급히 연락을 취해둡니다, 낼 이른 아침 올라 오라고.
아이들과 함께 하루재기를 하고,
짧은 글들을 쓰고,
도란거리다 잠자리로 보냈습니다.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이 존재들이 없다면 나는 다음날의 해를 어이 맞을까나...’
한밤, 런던에서 온 사진 한 장에 잠이 깼습니다.
보따리 보따리를 꾸려 지하철을 타고 있는 흑인 가족들.
“이 다섯 가족이 게을러서 가난하다고 누가 단정해서 말할 수 있겠는가.”
보수논객인 그의 의도는
진보 너네가 하는 짓이 이런 굶주림도 건지지 못한다는 말이었을까요.
우리 시대는 가난을 어찌 구제한다던가요...
오랜만에 밤새 아이들 방을 살피느라 무시로 드나드는 새벽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