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속에 해건지기;

이 좋은 아침 무엇을 한들 아니 좋을까만

절명상이 참 좋았던 시간,

‘지극함’이 가져다주는.

그리고 우산을 받쳐 들고 달골을 줄줄이 내려옵니다.

 

“비 내리기 처음이요, 빈들모임에.”

소사아저씨, 비에 젖는 마당을 보며 중얼거렸지요.

빈들이든 몽당계자이든

10월 모임에 비 오긴 처음이지 싶습니다.

혹여 빈들모임에 비가 지나긴 했어도

이리 종일토록 뿌린 적은 없었지요, 아마.

 

강현의 부모님 박창훈님과 황지연님, 아침 밥상에 합류.

비 내리는 가을 아침과 잘 만난 국밥을 함께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나누었지요.

멀리 혼례식이 있어 참석하고 다시 오겠다는데,

이 비 내리는 속에 그 길이 어디 쉬울지요.

좋은 날 다시 오시라 합니다.

강현이가 따라 나섰네요.

머잖아 또 뵙길.

 

그런데, 내리는 비로 노닥거리고 여유로울 거라던 하루가

갑자기 몹시 바빠졌습니다.

후식으로 호두를 까먹다가

태수님이 호두벽걸이를 생각해냈고,

병근님이 열심히 호두를 절반 동강냈지요.

허드렛 천과 바느질함을 들고 와

호두의 나머지 절반에 공을 만들어 집어넣고

글루건으로 고정, 그 위에 실을 달았습니다.

그것을 줄줄이 나무에 매다니

멋진 벽걸이 되었지요.

“목걸이 만들어야 하는데...”

원래 하기로 한 목걸이 만들기를 꼭 해야 한다며도

멈추지 못한 바느질들.

 

점심을 먹고 나니 비 내리던 하늘이 잠시 주춤거렸고,

그 틈에 고구마를 캐러 나갔습니다.

오늘을 위해 남겨둔 밭 한 둑.

“개구리닷!”

겨울잠을 준비하던 개구리들이 고구마 사이에서 튀어나오고

아이들은 그들을 좇는다고 더 바쁘고...

“호떡 구우러 갈까?”

자련이와 예련이가 아침내 주물럭거려

난롯가에 발효를 시키느라 둔 반죽.

어른들이 고구마를 마저 파는 사이

아이들은 참으로 호떡을 구웠더랍니다.

 

“연탄 왔어요!”

고구마를 다 캐길 기다렸다는 듯

계단 위 된장집에 올릴 연탄 500장이 들어왔고,

역대로 가장 적은 수의 사람들이 붙었네요.

이 연탄 때문에라도 10월에는 사람들을 좀 불러들이나

이달에는 공사로 어수선하고 있어 단촐하게만 모였는데,

재홍샘과 영희샘 빈자리가 이리 클 줄이야,

점심 차로 기락샘과 재호가 들어왔긴 하나...

아, 지은샘은 재호 편에 아보카도를 보내왔습니다, 세상에!

덕분에 이 산골서 또 싱글거리겄습니다.

 

연탄을 들일 땐 가을볕이 두꺼워

흘린 땀도 닦고 숨도 돌리느라

물과 새참을 빼놓을 수 없었던 가을인데,

오늘은 외려 흐린 하늘 덕에 물 한잔 없이 두어 번 쉬기만 했을 뿐.

“1000장도 하겠어!”

“오백 장, 한 번 더 해!”

그런데, 정말 할 수 있었을까요...

 

“목걸이 만들어야 하는데...”

비가 오니 안에서 움직일 일로 목걸이를 만들자던 아침이

호도 벽걸이에 밀렸던 것을

병근님과 태수님, 꼭 해야 한다며 때마다 들먹이셨는데,

연탄 나른 고단으로 할 수 있으려나 싶더니

웬 걸 그예 했습니다.

언젠가 유설샘이 마련해주었던 것들을 또 이리 요긴하게 썼지요.

 

저녁을 먹고 칠흙의 밤길을 걸어 달골 오르고,

아이들의 바램으로 춤명상을 또 하고,

갓 캔 고구마를 구워먹었습니다.

그런데 당도가 덜하데요.

역시 숙성의 기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타래.

연탄 나르기는 만만찮은 작업,

기락샘과 병근님만 살아남아

두 남정네가 공동체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야삼경을 넘기고 있었지요.

 

앗, 그런데!

달골 햇발동 거실, 물이 새던 그 자리가 고스란히 다시 샙니다.

류옥하다가 지나다 밟아 알았지요.

그것 때문에 몇 천 만원의 공사를 벌였더랬는데,

바로 그것이 시작이었는데...

아, 다시 그 과정을 밟아야 한다?

공사 측에 전화를 넣어보았지요, 소식 없었습니다.

문자도 넣어두었지요.

달날에들 들어와 수습이 되겄지 합니다.

‘정말 애먹이는 과정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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