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빈들모임(10/26~28) 갈무리글

조회 수 933 추천 수 0 2012.11.10 00:42:17

 

 

아래는 빈들모임을 마치고 사람들이 쓴 갈무리 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이해를 위해 띄어쓰기는 더러 손을 댄 곳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옮겼지요.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글을 옮긴 차례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아이들 글은 앞에 두었습니다.

 

* 먼저 떠난 2학년 강현이와,

  잠시 아침만 머물다 간 박창훈님과 황지연님 글은 남지 못했네요...

 

                                                       ------------------------------------------------------------

 

일곱 살 예련:

재미있었요

그래도 심심했었어요

호떡 만드는 거도 재미있었어요

(* 그림: 호떡맨과 윙크하는 요정)

 

열 살 자련:

여긴 책방도 있고 부엌도 크고 달골은 이층도 있고 화장실도 3개

잠은 달골서 자고 호떡도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산책도 하고 밥노래도 부르고 밥먹었따

지금은... 쌘두위치를 먹고 있다ㅎㅎ

오늘은 집에 갈꺼다.

(* 그림: 자유학교 물꼬에서 신난 자련)

 

열다섯 살 재호:

물꼬에 오면서 매일 느끼는 것은 평화로움이다. 내가 그만큼 느낀다는 것은 물꼬를 소중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몸이 지치고 힘들고 고난이 오면 늘상 맞서내는 편이었다. 그리고 3년를 친구 없이 하루 12시간를 참아내었다. 처음에는 혼자 여행도 가고 좋았지만 결국 너무나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친구들의 압박감이 너무나 너무나 심각하게 변해있었다. 울고 싶었고 주저않고 싶을 정도로 우울도 심했었다. 그러나 그런 아픔을 가지고 물꼬를 왔었는데 정말 아무 생각조차 나질 않았었다. 고요함, 감사함, 행복감 이런 것들이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물고에서의 인연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나의 경험이자 행복이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것을 딛고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는 힘을 낼 것이다. 아자!

 

열다섯 살 하다:

달이 참 밝았다.

별이 하나 하나 희망처럼 빛났고, 마치 비단처럼 깔린 꽃들이 가을길, 마음을 편하게 했다.

꽃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람은 가을을 기억할지...

10월, 단풍 날리는 계절이 왔고, 물꼬는 어김없이 빈들모임을 한다.

한 사람은 치유하러 왔다 하고,

한 친구는 쉬러 왔다 하고,

한 가족은 왜 왔는지 묻지 못했다.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우리가 먹을 고구마를 캐고,

방을 따뜻하게 댑힐 연탄을 날랐다.

연탄 하나, 소중해지고

연탄 하나, 감사하고

연탄 하나, 겸손해진다.

 

내일을 잠시 모레로 미루며

풍성한 가을을 즐겼다.

 

소정샘:

아, 얼마나 기다렸던 날들이었던가!

반가운 마음+일상을 살며 그간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설운 마음,

그 마음 다 풀어낸 밤.

고요하게 멈추어 바라보고, 깔깔깔 고래 젖혀 크게 웃고,

온 몸으로 가을볕 받으며 반짝이던 낮.

그런 낮과 밤들도 이박삼일을 비우고 또 채워서

풍요로워진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늘 ‘불안’에 쫓기며 바삐 걸었고,

주어진 행복 앞에선 그것이 곧 달아나버리지 않을까 두려워

다가서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였습니다.

지금 느끼는 이 평안함,

곧 떠나갈진 모르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그리고 오고가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애닳아할 것 없는 생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독이며 갈무리를 합니다.

2012.10.28 물꼬를 사랑하는 소정.

 

김태수님:

오기전 솔직히 이런 저런 걱정을 했었어요. 괜한 걱정이었고 지내는 동안 불편함 없이 아니 넘 편하게 잘 지냈답니다. 잠도 잘 잤고 밥도 정말 맛있었고요.

정말이지 긴 시간을 거쳐 물꼬라는 편한 공간이 만들어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지내는 동안 우리가 잘 지낼 수 있도록 움직였을 또 끊임없이 움직이는 숨은 손길에 감사했어요.

쉼이 될 수 있는 적당한 노동, 특히 호흡 맞추기가 필요한 협동 노동 연탄나르기가 참 좋았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협동노동을 하는 시간은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아이는 아이대로 제 몫을 하고, 서로의 호흡량을 보게 되고 눈을 보게 되고 손을 보게 되고

함께라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최병근님:

자유학교 물꼬에서 빈들모임에 참석하였다.

물꼬

왜 왔는지 물꼬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

난 2박3일 여기서 무엇을 하였나.

 

잘 먹고 잘 놀다 간다.

아이들을 위하여 물꼬를 왔다.

내가 잘 놀다 간다.

어~~

뭐가 잘못된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데

 

조용한 곳에서

우리 가족만을 위한 빈들모임

다음에 왔을 때는 아니 올 경우에는

좀 더 많은 가족이 있어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

뭔 글을 쓰는지 모르겠네.

다시⇒ 과거 학교에서 하던 명상의 시간이 생각났다.

나름-아니 학교- 물꼬에서 한 춤명상, 젊명상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

애들과 함께 한 2박3일~~~~~

무엇을 쓸지 모르겠네. 졸려서.

정신이 없어요. 주저리 주저리

너무 성의 없다 하지 마시고

동갑내기 옥샘 다음에 꼭 만날 수 있기를

그때까지 공사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 보살피시기를.

 

하루 종일 들리는 음악

나를 평온하게 만드네요.

때 되면 맛나게 차려주신 밥

맛나네요.

가마솥방 창가로 보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

맛나게 보이는 곶감, 정겹네요.

연탄 50장에 허리 1번 펴기.

내 발 새까맣게.

아~ 옛날이여 그 시절이 그립네요.

간만에 만져본 연탄

다음에 오면 뽑기 해먹어요.

우리는 쪽자라고 했는데

가을에 꼭 밤 따러 다시 와야지

공짜로 따게 해줄거죠.

지금 토스트빵이 향기롭네요.

이제 그만 적고 빵 먹어야지

두서 없는 글 지송.

 

자련 예련 아빠 - 자비연 최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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