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던 주말인데 어쩜 이리 푹할 수가 있는지요.

하지만 맑게 시작한 아침은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자 짙게 흐려갔습니다.

그리고 어둑해지며 날리기 시작하던 눈이

밤 아홉시 펑펑 내리고 있답니다.

 

어제 쑤어주었던 호박죽으로

두 살 찬의는 달골서 이른 아침 아침을 먹었고,

오늘은 가기 전엔 야채죽을 끓여 보냈습니다.

찬의에게 가혹했던 지난 밤,

그래도 그젯밤보다 어제는 좀 나았지요,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바.

하여 찬의도 잠을 좀 자고.

 

해건지기는 또 다른 절명상이 채웠습니다.

누구 앞에 그리 엎드려보았나요,

누구를 위해 그리 절해 보았던가요,

무언가를 그리 간절히 기도했던 적은 언제였던지요,

그리고 자신을 그리 안아본 적은 또 어느 쯤이었던지...

 

아침 밥상 뒤 발 아래 닿은 겨울자락을 밟으며 산책.

마을 고샅길을 걸어 큰형님느티나무를 돌아 들어와

둘러앉아 함께 보낸 사흘을 갈무리하고 그것을 글로 옮겼지요.

다음, 가벼운 점심.

인교샘이 준비해왔던 호빵을 찌고

사과와 곶감과 우유와 차를 냈습니다.

그리고 가는 걸음 뒤로 은행과 호두와 사과잼을 달아주었지요.

 

‘겨울 계자’를 알릴 때.

청소년 계자와 밥바라지, 자원봉사자들(품앗이와 새끼일꾼) 안내글도 같이 올립니다.

올 겨울은 한 차례의 계자만 합니다.

결국 해마다 아이들과 해왔던 새해맞이를 포기하고

1월 6일부터 11일까지로 일정을 잡습니다.

많이 아쉬울 것입니다.

 

우산을 쓰고 달골을 오릅니다.

사람들이 비운 달골,

이제 달골 건물들도 겨울잠에 들도록 준비해주어야지요,

큰 눈이 어느 순간 닥쳐 우리 발을 묶어버리기 전.

창고동 물을 다 뺐습니다.

겨울은 그렇게 날 것입니다.

빈들모임을 끝낸 이들이 정리를 잘하고 나가

손이 덜 가도 되었지요.

고맙습니다.

 

아차, 아이들한테 놓쳤던 것들이 있습니다,

왔던 아이들이 새로 온 아이들을 향해 이 공간의 좋은 안내자가 되도록

새로이 꼭 짚어주어야 했을 것들.

예를 들면, 이불방 구석의 놀잇감만 해도

늘 여러 아이들이 오고 가며 쓰는 것들이니

서로 잘 쓸 수 있도록 잘 일러줄 것.

무엇이나 손을 대도 되지만 미리 알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리할 것!

또 하나, 모둠방 영상기에 걸쳐두었던 춤명상 소품으로 쓰이는 천이

그만 못쓰도록 망가졌습니다.

이 산골서 그런 거 하나 구하려면 참 일이지요.

그것만 해도 청주에 나갔던 길에 구했는데.

우리 건호에게, 춤명상 소품은 진행자만 만지는 걸로 확인해줄 것.잘 아는 것도 마치 처음처럼 늘 다시 되짚어줄 것.

“이눔의 자슥!”

하면, 샐샐거릴 우리 건호 얼굴...

아, 아이들,

한결 자라서 마치 쉬러오는 큰 형님들 같은 표정으로 온 윤호,

아빠에게 아빠 말만 하고 제 말은 제가 하겠다 옆구리 찌르던 찬영,

여러 사람 앞에서의 말품이 하루가 다른 자련,

야문 예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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