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5.물날. 오후 다시 눈

조회 수 1030 추천 수 0 2012.12.17 03:11:54

 

 

오후 접어들어 흩날리기 시작하던 눈은

차츰 굵어지더니 한밤중 함박눈, 정말 함박눈으로 내린다, 간밤처럼.

 

달골 공사업자와 씨름.

옹벽 위 절벽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사를 완료로 보겠는가.

문건도 하나 내밀었다.

세 개로 나누어져 있던 견적(옹벽공사, 수밀 방수공사, 중장비)을

하나로 합쳐 인건비와 자재비로 나누어 정리하고,

실 자재비랑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가를 짚은,

그리고 현재까지의 대금 계산과 앞으로 있을 대금 계산에서 변상과 지체상금률,

그리고 남은 대금을 계산한 것.

“그런데요, 이 상태로 잔금을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좋다, 그럼 하자보증서를 끊어오겠단다.

그럼, 그것 가지고 다시 이야기 하자 한다.

자, 또 다음 걸음을 걸어보자.

 

굴...

우와, 싱싱하고, 와우, 정말 많다.

당장 초장에 바로 찍어먹도록 상에 내고,

굴국도 끓이고,

이웃 두어 곳에 나눌 몫으로도 챙기고,

얼려서 두고 먹을 것도 몇 주머니로 싸두고,

초장에 바로 찍어먹을 것 좀, 굴전 해먹을 것 좀, 데쳐서 먹을 것 좀,

그런데도 아직도 많고 많다.

“굴젓!”

처음으로 굴젓을 담았다.

굴을 씻어 소금에 간해 두었다가 쌀뜨물을 붓고 무도 채썰어 두고,

하룻밤 그리 재우고

거기 고춧가루와 마늘과 쪽파(없으면 못 넣지. 그러면 있는 대파로) 넣으면 끝.

항아리에 넣어두고 간간이 꺼내다 상에 놓아야지.

 

고추장집과 된장집이 사람 사는 집 같아졌다,

어르신들 다녀가며 묵는 동안 치워냈더니 더욱.

그래도 황소바람 여전하고 허술하기 그지없으나

이불부터 잘 빨고 청소 좀 하고 사람 온기 있었다고.

집은 사람이 지내야 집이지, 아암.

집은 사람이 살며 치우고 바르고 고쳐가며 사는 게다.

사람 비운 집이 얼마나 쉬 무너져내리던가.

 

유자차와 사과잼이 넉넉하다.

소독한 병마다 그득그득.

멀리 좀 나누어도 좋으련.

홍천 스승님께는 멸간장을,

고성의 스승님껜 된장을,

그리고 고향을 떠나 먼 곳에서 홀로 사는 대구의 젊은 벗에겐

유자차와 사과잼을 보내려 꾸린다.

그런데, 내일 읍내를 나갈 수 있으려나, 이 눈을 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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