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아침.
하늘과 땅 사이가 쨍한.
추위에 화들짝 놀라서.
그렇게 산마을이 얼었습니다.
내일은 더 춥다네요.
달골에서 이불을 몇 안고 내려옵니다.
계자의 밤을 더 단도리해야겠다고.
계곡에 차를 두고 올랐던 참입니다.
특수학교에서 위탁교육생이 와 있습니다.
이틀째.
유자차를 좋아하는 아이.
첫날은 맛이 이상하다더니
혼자도 수시로 타먹고 있습니다.
너무 잦게 먹어서 치워두기까지.
저녁엔 머리를 감겼습니다.
자조기술이 된다고 했는데, 머리는 혼자 못 감는다 했습니다.
저 큰 아이를 어찌 하나 싶더니
오래 그렇게 해온 아이가 자세를 잘 잡아 어렵지 않게 감길 수 있었지요.
가끔 아이는 해우소까지 따라 들어오려고 합니다.
“기다려!”
문고리를 잡고 벌컥 열려고도 하지요.
“왜?”
다른 볼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그런 겁니다.
같이 수행모임을 하는 도반 한 분이 진주에서 왔습니다.
물꼬의 ‘바깥샘’쯤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과 솟대를 만들겠다는 목적까지 갖고 오셨으니.
엊그제 주말 오신다던 걸음인데
길이 미끄러워 말렸더랬습니다.
김장하던 무렵 거제도의 한 시인이 보내주었던 굴로 담은 굴젓,
맛나다 잘 드셨지요.
어른들이 곡주 한 잔 기울입니다.
잠 때를 놓친 위탁 아이도
덩달아 신이 나 어른들과 늦도록 놀았습니다.
어른들이 자신에게 집중해주자
더욱 신바람이 나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학교에서 우리 담임선생님은요... 우리 엄마는요... 아빠가요...
우리 모두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지요.
모두 달골 올랐습니다.
“무슨 행군이지요?”
“아이구, 힘드네.”
내일은 아이들과 솟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눈을 헤집고 겨울 대나무 숲을 거닐기도 할 것입니다.
며칠 이곳 사는 아이는 팩스를 구하느라 인터넷을 돌아다녔습니다.
좋은 물건을 찾았고, 적당한 가격이었으나
결국 두 곳을 다 접어야 했더랬지요.
우체국이 멀어서, 날이 추워서, 싸서 보내기 번거로워서,
그런 까닭들이었습니다.
(요새는 이런 작은 돈에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뭔가 챙겨 보내는 게 쉽잖은 일이지요.
누군가 그리 보내온 소포가 있다면 고맙기 더해야할 일이겠습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팩스는 사게 될 모양입니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