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퍼질 때까지 뒹굴기.

이번 실타래학교에는 아침수행이 없습니다.

그걸 또 즐겨보기로 하지요.

 

아이들이 아침부터 안마를 하러 건너왔습니다.

뜻밖의 호강입니다.

오전 류옥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방을 청소하고

요강을 비우고

그리고 놀았지요.

덕분에 오전엔 교무실 일들을 보고.

 

한 아이, 계자 끝내고 힘들어서인지

혹은 사택에서 지내는 불편으로 인함인지

오줌을 지립니다, 어제는 두 번이나.

그래도 요강 있으니 상황이 좀 낫다 하지요.

류옥하다 형님이 아이들을 잘 건사하고 있습니다,

따순 물도 가져다 씻기고 옷도 갈아입히고.

 

류옥하다가 아이들과 하루 두 시간 놀기.

오늘은 베개싸움!

이불에 봉인을 했다나 어쨌대나,

3D TV라며 광고놀이도 했다 하고,

그런 속에 성빈이과 건호는 끊임없이 다투고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오래전 고전이 생각났지요; <내꺼야>

같이 읽으면 좀 나을까요?

 

계자에서 썼던 옷방 옷들이

빨래터에서 하나씩 돌아오고 있습니다.

옷을 개켜 정리하러 들어간 옷방,

산오름에 썼던 가방이 정리는 잘돼 있었으나

고대로 얌전히 옷장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흙이 묻은 채.

빨아서 넣어야는 걸,

여전히 주머니에서 김밥 넣었던 비닐팩이 나온 것도 있었습니다.

금세 챙겨 다행입니다.

이렇게 묻혔으면 곰팡이 슬어서야 알았을 것인데.

아이들만 자꾸 곱씹을 계자 약속이 아니랍니다;

스스로 합니다, 함께 합니다, 돌아봅니다!

돌아보고 또 돌아볼 일입니다.

‘정리’, 그거 물꼬에서 움직이는 처음이고 끝이지 않던가요.

 

소사아저씨는 읍내나들이 다녀오셨습니다.

계자 끝낸 피로를 목욕탕에서 풀고 오셨지요,

장도 돌아보시고.

고단했던 시간들이었을 것.

겨울은 물과 불을 건사하는 일이 1부터 90까지는 될 것.

뒤란 보일러에 나무를 집어넣고(나무 먹는 하마!),

아홉 장씩 들어가는 연탄난로가 셋,

복도의 기름난로가 하나.

고래방의 온풍기를 빼더라도.

늘 고마운 당신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산지 어느새 꼭 십년...

 

오후는 ‘실꾸러미 시간’.

아이들은 관계도를 그리고 연극을 했습니다.

오늘도 더한 이야기는... 그냥 지나치시는 걸로!

 

실타래학교의 때건지기는 늦은 아침 겸 점심 한 끼,

점심에 준하는 간식,

그리고 저녁을 먹고 있습니다.

음... 그래도 또 세 끼가 되는군요.

“배고파요!”

아주 늦은 저녁도 아닌데 벌써 가마솥방으로 달려온 아이들,

역시 이 큰 학교에서 움직이는 일,

활동량이 크니 먹는 것도 왕성할 밖에요.

 

하루 되짚고 날적이 쓰고

그리고 산골의 밤놀이가 늦도록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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