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5.쇠날. 맑음

조회 수 960 추천 수 0 2013.02.05 01:14:14

 

 

오전, 작은 규모의 강연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것까지 하고 내려가자며

지난 쇠날 '발해 1300호 15주기 기념축제' 준비부터 있었던 서울입니다.

노는 것도 힘이 듭디다.

하루 빼고 날마다 사람들을 만났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밖에서 먹는 밥들은 속을 불편케 했고

산마을 우리 터가 몹시도 그리웠습니다.

한때 산으로 돌아오는 계곡 길에서

자주 마음이 무거웠더랬는데,

쌓여있는 일이 어깨를 눌러,

그런데, 이번 길은 집으로 오는 시간이 유달리 즐거웠더랬지요.

제가 도시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딱 한주인 갑습디다요.

 

아침부터 소동이 있었습니다.

오전에 강의를 하는 동안 안됐던 연락에

여러 통의 문자와 부재중전화가 찍혀있었지요.

본관 뒤란 화목보일러가 다시 얼어 꼼짝 않는다는 소식!

소식이 닿지 않는 시간동안

아이가 보일러 아저씨한테 직접 전화를 넣고

소사아저씨가 불을 때고

할 수 있는 조처들이 취해졌던가 봅니다.

대한까지 밤이면 보일러관에 감은 열선에 전기를 켜고

이른 아침에는 불을 한소끔 때왔지요.

날이 조금 포근해지자 열선만 연결했던 참인데,

날 아주 추워진 어제 그만 얼어버렸던 것.

“어른 비운 집 티내느라 그랬던 모양일세.”

다행히 저녁이 되자 보일러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한주를 비운 대해리는

먼지 쌓인 방들이 맞았습니다.

부엌 바닥은 얼룩졌고

우편물은 어마어마하게 쌓였으며

응답기에 남겨진 음성들,

자, 다시 산마을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요.

밥을 하고 짐승들을 걷어멕이고 청소를 하고

그리고 교무실에서 사람들에게 물꼬가 줄 것들을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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