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헤헤헤헤헤헤,
오늘 닭장에는 어제까지 네 개이던 달걀이 다섯 알.
아직 암탉 한 마리 더 있으니 날이 풀리면 알은 여섯이 될 것입니다.
아주 큰 부자가 된 것 같은...
입춘이 낼모레!
오늘 마을 수돗물이 끊겼습니다.
흐흐흐흐흐,
물꼬는 물 있습니다요,
이런 날을 위해 예비해둔.
뭐 다른 댁들도 그렇겠습니다만.
어쨌든 바로 이 하루를 위해
우리는 부엌의 커다란 물통에 물을 받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비우고 받기를 내내 반복하지요,
이 한 순간을 위해 몇 달을 일없이 그러는 겁니다.
물 준비되어있다 하나 아이들 북적이지 않을 때라 다행입니다,
그럴 땐 정말 긴급용으로만 쓰이며 물로 아쉬울 것이니.
이리하여 반나절이 또 지나갑니다.
급할 일들 없는 겨울 하루,
구들장에 들어 는기적거리고 있는데 전화 한통 와서 벌떡 일어났지요.
퍽 좋아하고 따르는 선배가 멀리서 물어준 안부입니다.
한 사람의 음성이 그런 힘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란 게 그런 걸 겁니다.
따르는 아이들에게 가끔 그런 전화 한번 넣어줄 일입니다.
음성에 너무 소홀하고 산다, 그런 반성 잠깐.
덕분에 좀 바지런한 걸음이 되었더랍니다.
자라지 못해 봄동 같은 배추를 저장해놓고
데쳐 된장에 조물락거려서는 두부 으깨 나물로 내기도 하고
국물 내서 국으로 잘 먹었던 겨울이었습니다.
오늘 그 마지막 배추를 꺼내 데치고 된장으로 무쳐두었네요.
전기선을 뽑고는 찬장처럼 쓰는 바깥 냉장고도 정리합니다.
얼음이 다 녹으면 금방 곰팡이 필 것입니다.
냉동실 칸에 있던 옥수수부터 꺼내
삶아두거나 밥에 넣어 먹게 알을 따 둡니다.
몇 가지는 부엌 안의 냉동실로 통합하지요.
작은 소동 하나 일기도 한 한 때.
한 선배의 가게에서 택배가 왔더랬습니다.
마침 그 선배랑 통화할 일 있어 막 전화를 끝낸 참인데,
우체부 아저씨 다녀갔습니다.
아하, 택배가 왔는가 물으려고도 했던 전화였던가 보다 했지요.
얼른 고맙다 문자 보내며 점심 밥상에 앉았는데,
음, 무심하다 늘 구박하는 그 선배가 그런 일을 할 리 없다 싶었습니다.
수사 착수!
아니나 다를까 다른 이가 그 가게에서 물건을 주문했던 것.
얼마 전 심리상담을 다녀갔던 이가 고마움으로 보내온.
우연히 그 가게였던 거지요.
그럼 그렇지!
당장 수정 문자를 보냈네요.
이곳에 필요한 것을 살피고 그리 챙겨 보내온 마음과 애씀,
고맙습니다.
저녁 9시, 남은 부엌일을 내일로 밀고 책상에 앉았는데,
막 울리는 전화.
나이 많은 제자가 한 하소연입니다.
이제는 같이 삶의 고단함을 얘기하는 생의 도반이기 오래.
하소연은 그가 하고 위로는 외려 제가 받고 있습디다,
그런 겁디다,
마음을 터는 일들이 서로에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