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봅니다.

봄밤이 오나 봅니다.

뒤척이는 밤으로 봄은 먼저 오지요.

야삼경 지나 잠이 들었으나

새벽 4시 잠이 깨 달무리 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1월의 마지막 날.

밤비 소리,

봄이 목욕하는 소리.

 

남아있던 마지막 단호박을 벗깁니다.

언 두어 통은 닭모이로 보냈지요.

장 위에 올려놓은 마지막 늙은 호박도

대보름 지나기 전 먹게 될 것입니다.

겨울은 그렇게 자리를 털고 있습니다.

 

오전엔 이웃 마을에 들렀습니다.

귀촌하여 연못가에 예쁜 집 짓고

차를 나누고 노래하는 노부부입니다.

아이가 가끔씩 기타를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그 곡 나도 좀 가르쳐주라.”

아이가 요새 치고 있는 곡을 선생님이 같이 치기로도 합니다.

보기 좋습니다.

곁에 있는 모든 어르신들이 훌륭한 스승!

 

나간 걸음에 한 재활승마장에 들립니다.

지난 세 학기를 먼 곳으로 관련 일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주 멀지는 않은 곳에도 같은 일을 시작한 곳이 있다는 소식.

그곳 박사님과 얘기를 나눕니다.

같이 도모할 일들을 그려보기로 합니다.

당장 다음 학기는 아마도 집 짓는 일로 꼼짝 못할 것이지만

멀지 않으니 함께 할 무언가가 있을 테지요.

특수교사로 승마를 통해 장애아들을 치료하는 일에 대해

초빙교수 건도 대안고등학교 건도 논의가 있었던 지난해였지만

역시 물꼬 일과 조율하기 쉽잖아 결국 접었던 적 있습니다.

대신 이 지역권 안에서 움직임을 그려낼 수 있잖을까 싶습니다.

 

으윽, 발가락.

지난해 3월 천산원정을 떠나기 전

아무래도 먼길에 자꾸만 걸리적거리던 발가락의 문제 하나로

작은 수술을 받았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부위가 다시 깐작깐작 불편을 일으키고 있기 두어 달.

오늘 정형외과를 들렀습니다.

재수술을 결정하기는 이르고, 우선 약으로 가라앉혀보기로 하지요.

이 작은 상처 하나도 사람에게 이리 신경 쓰이게 하는데...

쓰러진 숱한 목숨들을 건넜던,

시대의 새벽길을 갔던 이들의 그 마음들은 어쨌을 거나요...

 

벗이 보내온 시 한 편.

 

 

아름다운 위반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찧게 그란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쟤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 <귀가 서럽다>(이대흠/창비/2010)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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