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3.해날. 흐려지는 오후

조회 수 946 추천 수 0 2013.02.12 04:09:20

 

 

간밤 평소보다 좀 이른 열한 시 잠자리로 들었는데,

새벽 1시 잠이 깨었습니다.

밤 비 내리던 하늘,

문을 열어보니 어느새 싸락눈으로 변해있었지요.

그래도 계절은 봄으로 가는 겝니다,

뒤척이는 밤이고 보면.

 

티벳의 게세 남카스님이 주신 소식,

오는 3월 10일 행사를 조계사에서 할 거라는.

티벳봉기 54주년.

1959년 3월 10일, 중국의 무장강제점령에 대항해

수도 라사에서 대규모 저항 운동이 일어납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벳을 탈출하여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지요.

그 뒤를 이어 10만이 넘는 티벳인들이 티벳을 떠나

인도, 네팔 등지에 머무르며 기약 없는 난민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그 긴 세월, 티벳인들은 적을 증오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고

끝없이 화해와 대화의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화해정신은 보편적인 평화운동의 한 방식으로 확산되기까지 하지요.

오늘날 피난을 나와 있는 약 20만 명의 티벳인들,

중국 치하의 티벳 땅에 살고 있는 600만 명의 티벳인들은

독립과 자유 티벳 정부를 수립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총도 칼도 억센 주먹도 없이 그냥 그렇게 믿습니다.

그것이 티벳의 힘!

올 3월 10일엔 그 행사가 있는 조계사에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한 과학자가 쓴 대중서를 한 권 들고 있었습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빅뱅 우주는

그렇게 수소를 만들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우주는 별 속에서

또 그렇게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과거의 우주 공간에서

인제는 돌아와 대지 위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수소는 탄소, 질소, 산소와 결합을 이루고

엽록소는 여름 내내 광합성을 했나 보다.

 

(미당의 시에 과학의 색을 입힌, 작자미상)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별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가는 존재.

그 우주가 마침내 어이 될 것인가가 책의 마지막 장이었지요.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을 인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세상이 불로 망할 것이라 말하고

어떤 사람은 얼음이라 말하네.

내가 욕망을 맛본 바로는

나는 불이라는 사람 편을 들겠네.

그러나 두 번 망해야 한다면

나는 증오에 대해 알만큼 알기에

얼음도 위력이 대단하고

멸망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겠네.

 

이 시는 우주와 생명의 역사에 대입해

인류의 장래와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진다 합니다.

그러니까 불로 망하거나 물로 망하거나.

태양은 약 50억 년 전 태어났고,

이때 약 100억년 융합해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정도의 수소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지금은 반 정도 사용한 셈.

약 50억년 뒤 수소가 고갈되면 주계열성인 태양은 적색 거성으로 바뀐다지요.

그러면 태양이 100배까지 커지는데,

그때 태양 표면이 수성을 넘어서고 지구 표면 온도는 수백 도에 달하니 결국 불로 멸망.

두 번 망한다면 두 번째는 얼음처럼 냉혹한 종말이랍니다.

우주가 팽창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별과 은하도 모두 사라지고,

우주의 온도는 현재의 3K보다 더 떨어져서 절대 온도 0K에 근접하는데,

이것은 물이 어는 온도보다 273도나 낮은 온도라지요.

우리는 일단 열화와 같은 종말을 맞고,

그 다음에 다시 생명이 태어난다면 그 생명체는 냉혹한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것.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나가며

글쓴이의 서술방식으로 칼 맑스를 떠올렸습니다,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그는 상대의 논리를 고스란히 따라가다 마지막에 뒤집어주는 절묘한 논객이었지요,

그렇다고 사실 지금 구체적인 어떤 게 하나라도 생각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철학적 질문들을 과학적으로 대답하고 있었는데

그 매개가 시이기도 해서 뭐 신선한 충격이라고나 할까요.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다는 건 그렇게 넘나들이를 쉬 하는 것.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졌습니다,

무식한 나라고 쥐어박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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