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는 밤으로 먼저 와

저는 돌아앉아있는 봄이여

돌아보지 않는 그대처럼

눈은 내리고

밤새 내리고

 

서설 속의 입춘,

봄을 맞아 크게 길하시옵기

민주지산 아래 물꼬에서 엎드립니다.

 

상서러운 눈이지요.

서울경기 강원은 대설주의보를 넘어 경보였더라나요.

여긴 싸락눈 밤새 내리고 아침 잠깐 펑펑 나리다 금세 멎었습니다.

그리고 종일 흐린 하늘.

 

입춘입니다,

‘동풍이 불어 언 땅이 녹고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들도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한에는 매화, 동백, 수선을 볼 수 있다 했고,

입춘이면 세 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다 했지요; 영춘(개나리), 앵도, 망춘(물푸레나무?).

하는 가락에 덧붙이자면 우수의 세 가지 소식은 나물 꽃, 살구나무 꽃, 배꽃.

봄맞이 청소했습니다.

“입춘첩 안 써?”

해마다 입춘첩을 쓰는 아이는

달마다 송고하는 서평 원고 마감에 쫓겨 낼모레 쓰겠다 하데요.

 

사람들에게 봄맞이 인사도 넣었습니다.

덕분에 역시 봄인사를 건네받았지요.

결국 아이 문제로 고민하다

이제 아이들을 밖으로 다 떠나보낸 이도 있었고,

어느새 혼례를 치른 이도 있었으며,

tv를 통에 물꼬 소식을 들은 이들도 있었고,

이웃들도 있었고

어르신들도 있었고

벗들도 있었고,

그리고 소식 멀었던 품앗이샘들 몇도 덕분에 소식 닿았습니다.

“물꼬의 너른 마당에 언제든 찾아들 수 있는 기분 좋은 이웃이고 싶습니다, 선생님.”

늘 웃게 만드는 시인의 인사도 왔고

“너무 엎드리면 허리 굽습니다, 안 그래도 부실한 할매가.”,

“서일화풍!” 하라는 어르신 말씀도 오고

(‘서일상운(瑞日祥雲) 화풍감운(和風甘雲)’; 다른 이를 편안하게 해주고, 웃는 얼굴로 대하라),

“민주지산보다 더 큰 산이 당신인데 큰 산이 엎드리면 내가 힘든다.

앞으로 내 앞에서는 엎드리지 마시오.”

선배의 농담도 오고,

“민주지산의 와룡이 일어서는 장대함을 보여주시길.”

하는 벗의 덕담까지

모두 봄 편지로 왔더랬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큰 스승님들의 봄소식.

한 분은 곧 옛 여행서 다섯 권을 한 번에 번역하여 인쇄 중이고,

하여 서울에서 있을 당신의 출판기념회에 곧 다녀올 것이고,

한 분은 멀리서 내일 건너오십니다.

 

콧물, 재채기, 가래, 참 꼴이 말이 아닌데 어깨통증까지,

봄기운에 이제 좀 떠나가라 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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