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불날 맑음

조회 수 1361 추천 수 0 2004.10.12 09:17:00
추수했습니다.
탈곡기가 없는 우리이니
넘들 콤바인으로 하는 참에 같이 했습니다.
이기고 돌아온 봄처럼
긴긴 여름날을 뚫고 벼가 실려왔습니다.
"딱 우리 식구 일년 먹을 양식을 주셨습니다!"
예, 정말 그만치,
콤바인 포대로 예순일곱에 반포를 더 얻었습니다.
누구보다 열택샘과 젊은 할아버지,
아, 그리고 우리 애새끼들 공이 크지요.
그 많은 피를 질퍽거리며 뽑아댄 그들이었댔지요.
쌓인 가마니 바라보고 섰는데,
목이 다 메입디다.

5행 서른 한 자밖에 안되는 시 한 편이
A4 스무장짜리 얘깃거리이고 있습니다.
"달팽이가 무서울 것 같아요."
"너무 쓸쓸한 시예요."
"감기 걸릴 것 같애요."
"추워요."
깊어가는 가을이 시의 운치를 더하고 있을 테지요.
아이들이 바라보는 시세계도 가을을 닮는다 싶습니다.

대전에서 손병의샘 오셔서 택견 가르쳐주셨습니다.
주마다 한 차례 오기로 하신 첫날이었지요.
무엇보다 좋은 기운을 많이 나눠주고 가셨더랍니다.
고마움이 남기신 기운처럼 번졌습니다.

준형샘네 돌아왔습니다.
한가위 쇠러 일찌감치 서울길 가셨다 더디 오셨답니다.
왜 이리 늦었냐 혼이 났겠지요.
그러나...
배 하나로 우리 온 식구가 아쉽지 않을만치 먹은,
절대 다시 이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리 무지막지한 배를 안고 나타나셨는데,
그것도 그만치 크진 않더라도 억수로 큰 배들이 담긴
노란 콘티 둘을 끌고 나타나셨는데,
화 못내지요,
밥이 하늘인 이 곳이니,
먹을 것 앞에 그냥 암소리 못하는 거지요.

날 서있다가도
아이들과 조릿대집으로 걸어가는 밤길에,
아랫목에 잠시 앉아 주고받는 얘기에,
잠자리에 들며 서로 안아주는 속에
잔잔한 물결이 번집니다.
가슴 쏴아 해지며 제 안에 있던 모든 서운함이라면 서운함,
노여움이라면 노여움이 그 물결 따라
퍼져 나가며 엷어지며 사라집니다.
그래서 살-아-집니다...

오늘은 베개 맡에서
어른 안에도 있는 아이 마음,
아이들 안에도 있는 어른 마음에 대해 얘기 나누었습니다.
어떤 맘을 더 키울까 생각했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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