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나무날. 맑음

조회 수 768 추천 수 0 2013.04.19 03:38:30

 

하얀목련 만개하였습니다, 교무실 앞 꽃밭,

볕 가장 많이 닿는 곳이더니.

자목련은 흰목련을 보내고 오를 테지요.

 

머잖은 산에 들어가

말을 돌보는 일을 돕고 밥을 얻어먹고 돌아왔습니다.

낼모레 위탁교육 기간, 아이들을 데리고 갈 예정이라

미리부터 손을 보태고 있는 중이랍니다.

 

우리는 이 봄날 학교를 구석구석 정리하고 있습니다,

낡은 살림 아무리 윤을 내도 표 안나지만,

사람들이 알거나 모르거나, 오가는 사람들한테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우리들은 압니다, 넘들은 맨날 후줄그레한 살림, 그 살림이 그 살림일 것이나.

오늘은 숨꼬방 옆 좁은 터에 쌓여있는 검은 부직포가 목표입니다.

떠난 이가 두고 간 쓰레기들이지요,

치워주마 했으나 두어 해 훌쩍 지나 이적지 남은.

한 때 넘의 밭을 붙이던 이가 그 밭에서 걷어낸 부산물들이지요.

재활용품으로 쓰레기수거차에 보내지도 못하는 놈들입니다.

멀리 읍내 어딘가 부직포만을 모으는 데가 있다지만

트럭도 없는 우리가 그걸 또 어떻게 실어간다나요.

일단 말려있는 것들을 헤쳐 각지게 정리만 해두어도

어느 날 실려 나갈 날 오겠지 하며 접어봅니다.

어제부터는 허물어져가던 자전거집을 손보고도 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달골 원두막에 썼던 나무를 하나씩 내렸지요.

기둥을 갈고 낡지만 아직 쓸만한 양철로 지붕을 입니다.

내일이면 마무리 되겄습니다.

 

건축사무소 건너갑니다.

집짓기가 이 봄에 아니 되어도 시작한 일이니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두어야지요.

계약서를 확인하고 챙겨옵니다.

그런데 들고 온 계약서에 이가 빠져있습니다.

건축사가, 아무래도 걸리는 것들을 뺀 모양입니다.

이건 신뢰로 시작한 사람들의 행동이 아니다,

문자 넣었고 다시 내일 만나기로 했습니다요.

 

옥천에 고교 은사님 한 분 계십니다.

어떤 체육용품들이 필요하겠느냐,

전화 온지 한참 전이었지요.

이제야 아이 데리고 건너갑니다.

테니스채 탁구채 배드민턴채,

테니스공 배드민턴공,

탁구공은 우리도 아직 많습니다,

요가매트 바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 나이 때 당신을 만났습니다.

이제 우리 집 아이가 당시의 제 나이에 선생님을 뵙습니다.

아, 세월이여, 하고 탄식 나오는 시간...

꼬박 세 해의 청소년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봐주셨던 분입니다.

이리 오랜 시간 흐르고 어제처럼 또 뵙고 있어

고맙고 감사합니다.

곧 퇴직하실 선생님은 옥천에 집을 지으실 예정이라

가까이 삶터를 두게 되었네요.

잘 모셔야겠다 하지요.

 

발가락 수술을 하고 돌아옵니다.

작년 천산원정을 떠나기 전 수술했던 발가락은

뭔가 남은 게 있었던 듯 여러 달 전부터 다시 아팠는데,

대충 걷고 다녔지요, 달릴 일도 없으니.

이젠 안 되겠고나 하기에 이르러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대네요.

보기는 멀쩡한테 선천적으로 아주 약한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

넘들 사나흘에 말짱해지는 상처도

여러 달 걸리기가 일쑤입니다.

이렇듯 저마다 다 넘들 모르는 사정들이 있을 테지요...

 

봄학기 집짓기교육이 무산되면서 이제 서울로 가 학습적인 공부를 좀 하겠다던 아이는

다시 산골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서울 살림이 부실한 데다

역시 이 산골 흐름으로 살면서 아직은 좀 더 두고 보자 싶더랍니다.

뭐, 알아서 할 테지요.

부모가 너무 나서지 않아도 저 일이면 저들이 움직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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