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달날 맑음, 어지러웠다

조회 수 1378 추천 수 0 2004.10.14 20:22:00

나들이 갔습니다.
지금 영동에선 난계국악축제가 이어지고 있거든요.
마당놀이 하나와 풍물단 공연을 보자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풍물단은 엉뚱한 시간대에 다른 곳에서 하고 있고
마당놀이는 제 시간보다 앞당겨 벌써 끝이 나고 있었습니다.
공연단과 운영진과의 싸움탓에 애써서 한 걸음들이 안타까웠겠습니다.
체험장이란 몇 곳은 판매장의 다른 이름이었고
(아님 재료가 떨어졌다 하고)
전시는 그야말로 죽은 것들을 늘여놓은 것처럼 생기가 없데요.
거기까지였담 산골 식구들이 얼마나 우울했겠는지요.
풍물단을 찾아 우리를 위해 풍물을 울려달려 부탁했습니다.
기꺼이 해주었더라지요.
아주 아주 신나게 우리들이 대북을 쳐보기도 하고
한판 흥에 겨운 놀음이 있었습니다.
전통현악기를 체험하는 곳에선 검지에 물집이 잡히도록 줄을 뜯었습니다.
아쟁도 만지고 거문고에 가야금에...
예정에 없이 본 현악연주도 훌륭한 자리였습니다.
그런 속에 몇 되지도 않는데,
한 놈은 안뵈지요
(이리만 말해도 우리끼리는 이제 그가 누군지 다 안다지요),
두 녀석은 뭔가 뒤틀려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지요,
또 다른 두 녀석은 저들끼리 히히득거리느라 정신없지요,...

행사장을 나서기 직전 상촌주유소 대표님을 그만 만나버렸습니다.
'학교 문여는 날'에도 크게 보태어주셨던 분이지요.
우리 남자샘들은 그가 회장으로 있는 상촌축구회에 나가고도 있답니다.
저녁 푸지게 얻어먹었습니다.
각 면이나 읍마다 나와서 먹거리 장터를 하고 있데요.
상촌 여러 어르신들도 만나뵈었네요.

"영동 읍내 가보니까 어지러웠다."
오늘 우리 혜린이의 일기 한 켠에 적힌 구절이랍니다.

---------------

아이들이 '착함'의 신화에 빠져 자신을 억누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음은 다른데 그리(화가 나는데도 안그런척한다거나) 산다면 거짓이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너무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는 훈련이 필요한 게지요.
마음이 선하지 않은데도 착한 척하는 행위가 아니라
착할 수 밖에 없는 마음으로 그 착함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삶이면 좋겠지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마음에 이는대로 거르지 않고 그냥 내보이는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냥 화나는대로 생각없이 드러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그 화를 버젓이 눈 뎅그랗게 뜨고 보면서 그리 한다는 게지요.
그래서 착한 나현이는
아이들이 귀찮게 하면 귀찮다고 말합니다.
싫음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래야 상대방도 제 행위가 남을 불편케 하는 것을 알기도 할테고.
전에는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나현이였지요.
우리 아이들이
참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화낼 게 전혀없는 날을 맞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일상에서 하는 여러 명상훈련이나 영성훈련들이
우리 아이들을 그리 키울 테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46 2008. 5.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78
» 10월 11일 달날 맑음, 어지러웠다 옥영경 2004-10-14 1378
844 11월 19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1-24 1379
843 2008. 4.29.불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79
842 2008. 5.23.쇠날. 흐림 옥영경 2008-06-01 1379
841 125 계자 닷샛날, 2008. 7.31.나무날. 비 온 뒤 옥영경 2008-08-09 1379
840 5월 3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6-03 1380
839 2007. 2. 7.물날. 맑음 / 조릿대로 조리를 엮었지요 옥영경 2007-02-08 1380
838 10월 6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4-10-12 1381
837 12월 29일 물날 맑음 아침, 눈발 아주 잠깐 옥영경 2005-01-03 1381
836 7월 12일 불날 맑네요 옥영경 2005-07-20 1381
835 2012. 6.23.흙날. 날은 어찌 그리 절묘했던가 / 시와 음악의 밤 옥영경 2012-07-04 1381
834 7월 15일 쇠날 맑은 가운데 반짝 소나기 옥영경 2005-07-21 1383
833 2007. 6.17. 해날. 맑음 / ‘전원생활’, 취재 옥영경 2007-06-28 1383
832 2007.11.12.달날. 맑음 옥영경 2007-11-21 1383
831 2007.12.23.해날. 흐림 옥영경 2007-12-31 1383
830 2008. 1.28-31.달-나무날 / 대전에서 요한이 오다 옥영경 2008-02-24 1383
829 2008.12. 8.달날. 질퍽거리는 길 옥영경 2008-12-26 1383
828 10월 28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0-30 1384
827 109 계자 여는 날, 2006.1.20.쇠날. 마르다 만 빨래 같은 하늘 옥영경 2006-01-21 138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