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6.달날. 맑음

조회 수 794 추천 수 0 2013.05.19 01:54:33

 

해건지기.

아무쪼록 마음 강건하거라,

우리는 아침마다 그렇게 몸에도 마음에도 근육 만들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그간 달골에서 하던 해건지기를

학교에서 내려와 하기로 합니다.

역시 수행방에서 하면 기운이 벌써 다릅니다.

한 아이, 대충 묻혀가며 대배 백배하던 걸

오늘은 그예 속도를 맞춰 백배를 다하도록 끌어보지요.

합니다.

했습니다!

오전엔 교과학습이 있었고

오후엔 숙제를 하기도 했고 밭일도 도왔지요.

 

“에고, 먹는 것 저거 어쩌면 좋아...”

식구들이 죄 둘러앉아 같이 먹을 때도

맛난 거라면 혼자 다 차지하고 먹는 아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 앞에 제 좋아하는 반찬을 끌어다 놓고

우거적우거적 덤벼들 듯 마구 먹는 거지요,

전체 구성원이 다 나눠도 제 몫이 그리 모자라지도 않게 밥상을 차리는데도.

국도 먼저 제 그릇에 원하는 것만 떠서 가득,

전체 양이 어떤가에 대한 아무런 가늠을 하지 않습니다.

밥은 두 그릇을 고봉으로 먹습니다.

밥그릇도 꽤나 큰데다 현미밥이니 그 양이 여간 적지 않지요.

그런데 빨리 먹으니 포만감을 느낄 새가 없고,

하여 내내 방귀를 달고 다닌답니다.

저걸 어째요...

먹성이 좋다가 아닙니다.

치사하게 반찬 양을 밥상 앞에 앉은 숫자만큼 새서 나누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도 해봅니다.

행동에는 언제나 배경이 있는 거지요.

그 뿌리를 캐낼 수 없을지라도

내 행동을 바라볼 수 있다면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겠는지요.

이번 위탁교육에서 계속 접근해가고 있는 문제 하나랍니다.

 

오후 어버이날 경로잔치를 위해 장을 보러 나갑니다.

얼마 전부터 2년 임기의 마을 부녀회장 일을 덜컥 보게 되었지요.

물꼬 일이 있는 줄 다들 아시니

좀 헐렁하게 해도 용서해주시기로들.

내일은 나가서 하는 수업도 있고 아이들 말도 태워야 해서,

마침 면소재지 장날이기도 해서,

오늘 하기로 했던 것.

“우리 먹자고 하나. 나 안 갈래?”

젊은 사람들(그래도 오십 넘어 되는) 안 온다고

삐지신 우리 어르신들.

“내가 일당 백! 내일 일하러는 온댜아.”

그렇게 할머니 넷 태우고 장을 보러 갔지요.

이장님도 트럭 끌고 동행.

여럿 가니 좋습디다.

 

밤, 한 제자, 그래도 이미 서른도 훌쩍 넘은, 어머니랑 통화.

오랜, 그리고 넓혀진 인연들이 고맙지요.

오늘 공항에는 20여 년 한국을 떠나있던 중년부부가

코펜하겐에서 들어왔습니다.

한 달 기간의 보육원 위탁교육이 끝나고 나면

서울 걸음에 만날 것이지요.

 

아이들이 내일 갈 나들이로 일찍 잠이 들고

오랜만에 거실에서 시집들을 뒤적이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쭈욱 내밀어 차탁에 올립니다.

‘아구, 다리야...’

수술한 발가락은 이적지 낫지 않고,

그런데도 계속 쓰고 있으니 또 더디고,

원체 다치면 여간해서 낫지 않기도 하고,

아픈 쪽을 피하려니 다른 쪽으로 지나치게 힘이 쏠려 고단하기 더하고....

낫는 날 오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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