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다시 백배!

 

11시에 아침 설거지를 했는데

바로 점심을 준비합니다.

도시락을 싸지요,

먹고 가도 되고 싸가도 되는.

다행히 감자샐러드를 준비해두었더랬습니다.

감자 삶아 으깨고 거기 양파와 홍당무와 오이 다지고 마요네즈 섞었지요.

거기 인교샘 사온 아보카도 썰어 넣고

두툼한 샌드위치가 완성되었습니다.

더하여 과일과 요걸트.

 

버스를 타고 나가는 이들이 차에 오르고

인교샘이 대표로 남아 차를 덖었네요, 뽕잎차.

물기를 제거하지 못하고 올렸던지라 여러 차례 덖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향 나데요.

 

아이들이 책방을 휘저어놓고 나섰다가

다행히 남아 정리를 했습니다.

아쉽지요, 팽개치고(?) 가버리면.

그저 그랬을 뿐이지만 함부로 대해지는 느낌이 남습니다,

가는 이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랬을 것이나.

소중한 만큼 지키고자 함이 필요할 테지요.

다음엔 그런 걸 잘 말해주어야겠습니다.

 

사람들을 보내고 바로 매곡 내동으로 갑니다.

장순이를 태우고 가지요, 천천히.

차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그는 얼마나 놀라울까요.

토할 수도 있다 했습니다.

차로 15분여 갈 길을 한참이 걸려 갔지요.

기특한 녀석,

내리자마자 한쪽으로 달려가 오줌 누고 똥 누었습니다,

차에서 그러지 마라 가르친 적 없는데.

진돗개인 그는 자주 우리를 감동시키지요.

2003년에 와서 꼬박 십년을 넘어 되게 물꼬에서 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사아저씨랑 물꼬 세월이 이틀 차이라던가요.

 

그 댁에 진돗개 수놈이 있습니다.

둘은 금세 관심은 보였으나

때가 아니었던 갑습니다.

좋은 날 서로 짝이 되면 좋겠지들 합니다.

 

밭에 들어 포도순을 솎았습니다,

세시부터 오후 일곱시까지.

그리해도 네 고랑 하니 해 저물데요,

워낙 길기도 하여.

그저 고마운 마음에 손 보탠 것인데,

꿀이며 배즙이며 한 아름 안겨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밭에 들어가 있을 적 할머니가 자꾸 웃으셨더랬습니다.

“하하하, 선생님이, 하하하, 선생님이 완전히 아줌마네...”

그렇지요, 밭을 맬 땐 아줌마, 도시 가서는 도시 사람,

산골서는 산골 사람, 학교에선 교사,

그런 거지요, 하하.

 

아이가 밤에 물었습니다.

“엄마 그 세월 살고 남은 게 뭐야?”

“아들이 남았네.”

그리고, 생이 중 뿔 날 것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내는 일인 줄,

그런 삶에 대한 통찰이 남았네요.

그저 애쓰며 살았습니다.

그리 살았고, 그리 살 것입니다,

한 세상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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