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12.물날. 비

조회 수 747 추천 수 0 2013.06.25 00:09:07

 

물날은 한갓집니다.

불날과 나무날 바깥 수업을 가니

그 사이, 거기다 주의 한가운데, 그렇게 하루 조금 여유롭게 가면

다음 걸음이 낫습니다.

게다 오늘은 비까지 내려 여유롭기 더했지요.

고구마밭을 둘러보니 비름나물이 천지던데

오늘은 좀 뽑아도 와야지 했는데,

에고 이 밤에야 생각이 나는군요.

 

“계세요?”

“어, 웬일이셔요?”

“아이구, 저거 무너져서 큰일이네...”

달골 너머 일보러 오신 인술이 아저씨한테

그간의 사연을 전합니다.

“아이구, 나는 여태 살았어도 그런 일들이 있는 줄 몰랐네.”

몇 해 전부터는 마을에서 뚝 떨어진 곳에 집을 지어

옮아가셨으니 더욱 모르실 밖에요.

우리가 산 미등기 땅이 벌써 7년 전에 판 사람 앞으로 등기가 되어있던 사연에서부터

마을에서 한 어르신의 긴 세월의 텃세는..

도로포장을 한 마을길을 온 동네 차가 다 다녔던 공사 막바지,

계자를 들어오던 물꼬 버스만을 막아서서 오도 가도 못 하게 한 일이며,

2004년에 짚단 네 단을 2만원 지불했던 일,

2002년에 우리에게 판 미등기 산지를

2004년 자기 앞으로 등기를 해두고 지난봄까지 아무 말 없던 일이며,

물꼬 마당에서 하려던 동요콘서트에서 마을 할머니들이 모여 무대에 서려던 계획을

나 모르는 동네 모임이 어디 있느냐며

또 그런 거 하면 동네 사람들 바람난다며 난동에 가까운 소란을 피우신 일이며...

하하, 적고 보니 참...

여튼 그리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잘 단련된 시간이었지요.

그 세월 지나니 마을 부녀회장을 보는 일도 다 있네요.

아저씨가 달골 옹벽에 대해 조언을 해주십니다.

그런데, 이리 저리 살펴주시는 한 어르신한테도 공사 건으로 알아봐 달라 전화 넣었는데

같은 업자를 소개했더랬답니다!

면소재지에서 건축업을 하시는 분이 그리 다녀가셨습니다.

어찌어찌 또 되어가겠지요...

 

저녁엔 이장님 댁 건너갑니다.

공문정리 할 때가 되었지요.

농사에 대해 두어 가지 자문도 구합니다.

마을에서 유기농은 물꼬만 하지만

관행농을 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제대로 된 농사꾼.

하나부터 열까지 여쭐 일이 참말 많습니다.

달골의 메밀도 그리 심었더라지요.

이 골짝에서 유일한 메밀밭이 예 있답니다.

거기 지금 하얀 꽃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요.

 

마을에서 한 어르신이 밀가루 한 포와 꿀을 한 통 주셨습니다.

자잘한 일 몇 가지를 도왔다는 까닭입니다.

“그걸(애써서 거둔 농산물) 어찌 갖고 가? 그냥 쪼끔만 줘.”

“아이구, 아저씨가 주신다 그러잖아.”

그렇게 아주머니가 팔에 안겨주셨더랍니다.

그 꿀 얻자고 얼마나 애를 쓰셨을 것인가요.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어디 논두렁이 멀리서 물꼬를 후원해주시는 분들만이겠는지요.

이렇게 곁에서 늘 살펴주시는 어른들 그늘이 또 이리 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3284 2013. 5.29.물날. 비 띄엄띄엄 옥영경 2013-06-13 760
3283 2013. 5.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3-06-13 796
3282 2013. 5.31.쇠날. 맑음 옥영경 2013-06-13 875
3281 2013. 6. 1.흙날. 맑음 옥영경 2013-06-13 846
3280 2013. 6. 2.해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51
3279 2013. 6. 3.달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46
3278 2013. 6. 4.불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76
3277 2013. 6. 5.물날. 마른하늘에 천둥 지나다 옥영경 2013-06-23 808
3276 2013. 6. 6.나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3-06-23 720
3275 2013. 6. 7.쇠날. 흐리다 차차 맑음 옥영경 2013-06-23 748
3274 2013. 6. 8.흙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29
3273 2013. 6. 9.해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902
3272 2013. 6.10.달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01
3271 2013. 6.11.불날. 오후 비 옥영경 2013-06-25 689
» 2013. 6.12.물날. 비 옥영경 2013-06-25 747
3269 2013. 6.13-14.나무-쇠날. 가끔 옅은 구름 드리우고 옥영경 2013-06-25 844
3268 2013. 6.15.흙날. 맑음 옥영경 2013-06-25 761
3267 2013. 6.16.해날. 사이사이 해가 옥영경 2013-06-25 763
3266 2013. 6.17. 달날. 비 살짝 다녀가고 종일 흐림 옥영경 2013-06-25 1052
3265 2013. 6.18.불날. 창대비 옥영경 2013-06-28 84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