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물날 맑음

조회 수 1329 추천 수 0 2004.10.30 15:11:00
나무하러 갑니다.
집도 짓고 땔감까지 덤으로 얻는 거지요.
산기슭 밭이 이제는 낙엽송 숲이 된, 20년 묵힌 밭입니다.
어찌나 우거졌던지 길을 내며 한 발 한 발 들어가는데
다섯 살 성준이 네 살 규민이도 따라나서서
꼬리가 길기도 하였지요.
젊은 할아버지와 준형샘의 안내로 겨우 길을 잡아는 놓았는데
나무를 쓰러뜨리려면 아무래도 아래 물꼬 포도밭에도 길을 내야겠습디다.
(아, 새로 얻은 포도밭이랍니다.)
두 어른이 이리저리 더 살피는 동안
우리는 감나무를 기어올라 남은 감을 털고
우리 지은 농사 포도즙도 마시고
춘향가 한대목도 주고 받았습니다.
밥 때 맞춰 내려오는 길,
언제나처럼 우리 손에는 땔감으로 잘 쓸 긴 나뭇가지들이 들려있었지요.
하느작거리며 가을햇볕을 어깨에 매처럼 얹고들 언덕을 내려갑니다.
령이가 앞서고 류옥하다가 끄는 꽃수레가 앞에 갑니다,
학교마당에 옮겨 심을 공작초를 가득 싣고
노래처럼 꽃수레가 갑니다.

오후에도 묵은 밭에 갔습니다.
우리 포도밭 끝자리 묵은 밭과 만나는 자리께
죽은 포도나무들을 걷어내고 빈자리를 닦아 나무를 넘기자 하였지요.
가지를 위해 매두었던 철사줄도 끊고
포도나무를 지탱하던 지주대도 치우고
개망초에서부터 이제는 거죽만 남은 키큰 풀들을 다 눕히며
해지도록 밭을 치워냈더랍니다.

요새 물꼬는 뜨개질 열풍입니다.
올겨울 해는 정말 짧기도 하겠습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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