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일로 하루를 다 보낸.
손대지 못한 우리 일이 떡 허니 벽처럼 섰는데도.
... 뭐 어느 일이고 했으면 됐지요.
더웠습니다, 퍽.
비 안 왔습니다, 종일.
“비 오는 것보다 더운 게 낫지.”
마을에서 도로 확포장 공사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군청에서도 면에서도 사람들 우르르 왔지요.
마을에 행사 시나리오가 여러 날 전에 도착해있었고,
사회를 볼 사람이며가 읽고 또 읽으며 식을 준비했더랬습니다.
부녀회에선 점심을 준비.
학교와 마을회관을 몇 차례 오가는 속에
어느새 뚝딱 상이 다 마련되었고,
상차림이 좋더라, 맛있더라는 인사들 속에
부녀회원들 뿌듯해들 하고.
잔치를 하고 음식규모가 딱 들어맞다면 그만큼 또 흡족한 일이 더 있던가요.
“밥도 딱 맞대!”
“뭐 햐아? 어디여?”
저녁답 이장님의 전화입니다.
“교무실이요.”
“바뻐?”
오늘 손님치느라 애썼다며
어르신들이 저녁도 마을회관 와서 먹자셨습니다.
“여름날 불 앞에서 밥 한 끼만 안 해도 크게 일이 줄어.”
그렇지요.
소사아저씨 동행하여 회관서 밥 먹었습니다.
마을이랑 학교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기야 첨예하게 이권이 대두돼보지 않는 한
서로 나쁠 게 무에 있습디까, 관계가.
스물하나로 청소년계자 신청을 마감했고,
중고생들이 모이기 쉽잖을텐데도 고마운 일이지요,
한 보육원 아이들의 계자 결합도 행정조율을 마치고,
그리고 밥바라지 한 엄마의 연락.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하게 된 사연과 걱정과 애타는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이야 어찌어찌 되어가지요.
그게 또 물꼬의 강점 아니더이까.
같이 움직일 ‘아름다운 청년’들 샘들을 믿는 거지요.
누구보다 ‘물꼬 영광의 이름’인 우리 빛나는 새끼일꾼들도.
초등교사모임에서 교실을 소재로 한 일본드라마 하나가 화제.
몇 편을 며칠에 걸쳐 챙겨보았더랍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가르칩니다, 언제는 안 그랬던가요.
당당하지 못했던 우리 삶들이 장막을 벗고 앞에 서지요.
아, 어깨 펴지 못했던 내 어느 삶의 구석들...
지금은?
지금 우리는, 나는, 괜찮은 건가요,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