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3.물날. 가을의 승리

조회 수 806 추천 수 0 2013.11.21 01:45:54

 

읍내를 나가는 길에 가끔 뜻하지 안개가,

어쩌면 아침마다 있었을지도 모르는, 잔뜩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은 그렇게 일어나고

우리는 모르고 지나갈 것입니다.

어쩌다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무수한 풍광들, 있어왔던 일들의 하나일 것.

 

상강.

가을과 겨울이 씨름하는 날.

오늘은 가을 완승!

아, 높은 하늘, 좋은 볕.

아침, 무밭에 들어 무 잎의 벌레를 잡았다지요, 소사아저씨는.

 

옥천의 한 고등학교에 들립니다.

낼모레 은퇴하시는 은사님 거기 계십니다.

당신 20대 첫 부임지에서 보낸 8년여의 시간 가운데 3년을 만난 인연.

물꼬를 다녀가신 뒤 더러 이곳에 요긴한 것들을 챙겨주시지요.

학용품이며 살림살이며 챙겨주신 것들 사이

댁의 특산품, 이 맘 때쯤 담는다는 마늘고추장도 한 통 들어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물꼬에서 하룻밤 묵고 가신 댁의 사모님이 보내셨더랬지요.

고맙습니다.

삶의 이 넘치는 은사들...

 

추천서를 밤새 썼던 한 친구의 대입 합격 소식을 듣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부모님들도 아이도 인사를 보내왔지요.

고마운 일.

아무렴 멀리 있는 사람만 할까요,

나는 안다, 부모의 공로를, 그렇게 답했습니다.

애썼습니다, 지난 시간, 아이도 어른들도.

그리고 이 시간 마음 조이고 있을 다른 우리 수험생들도.

나아가 이 땅의 모든 수험생들도.

더 나아가 삶이 수고로운 모든 이들.

 

어제 이웃 한 촌부의 어려운 사연을 들었더랬습니다.

때로 물꼬가 신문고이지요.

해결을 위해 선배 형한테 부탁을 해보았으나 일이 수월치 않았습니다.

결국 사회적 지위를 좀 가진 집안 오래비한테 전화 넣었고,

어제 통화들을 했고,

촌부는 감동을 받으셨다 했습니다.

일이 어디로 가든 장황한 이야기들을 다 들어주고 방법을 일러주고

진행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달라 했다고.

고맙습니다, 모두.

그리 기대며 나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려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3144 2013.10.16.물날. 맑음 옥영경 2013-11-06 765
3143 2013.10.17.나무날. 시원찮게 맑은 옥영경 2013-11-06 723
3142 2013.10.18.쇠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3-11-06 756
3141 2013.10.19.흙날. 흐리다 갬 옥영경 2013-11-06 912
3140 2013.10.20.해날. 맑음 옥영경 2013-11-06 744
3139 2013.10.21.달날. 맑음 옥영경 2013-11-06 832
3138 2013.10.22.불날. 해가 나온 아침이었으나 옥영경 2013-11-21 828
» 2013.10.23.물날. 가을의 승리 옥영경 2013-11-21 806
3136 2013.10.24.나무날. 잠시 흐림 옥영경 2013-11-21 824
3135 10월 빈들 여는 날, 2013.10.25.쇠날. 아주 잠깐 흐려진 오후 옥영경 2013-11-21 1069
3134 10월 빈들 이튿날, 2013.10.26.흙날. 가을볕 도타운 옥영경 2013-11-21 925
3133 10월 빈들 닫는 날, 2013.10.27.해날. 맑음 옥영경 2013-11-21 835
3132 2013년 10월 빈들모임(10/25~7) 갈무리글 옥영경 2013-11-21 935
3131 2013.10.28.달날. 맑음 옥영경 2013-11-26 770
3130 2013.10.29.불날. 밤 비 몇 방울 옥영경 2013-11-26 727
3129 2013.10.30.물날. 맑음 옥영경 2013-11-26 785
3128 2013.10.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3-11-26 702
3127 2013.11. 1.쇠날. 맑음 옥영경 2013-11-26 813
3126 2013.11. 2.흙날. 촉촉한 비 옥영경 2013-11-26 773
3125 2013.11. 3.해날. 비 잠깐 옥영경 2013-11-26 76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