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9.불날. 밤 비 몇 방울

조회 수 727 추천 수 0 2013.11.26 23:02:36

 

종일 산채류에 대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백우산 아래 사는 한 어르신과 좋은 연도 맺었습니다.

다음 주쯤 홍천 넘어갈 일 있으니

간 걸음에 들리마고도 하지요.

달골 햇발동 뒤란으로 눈개승마도 심고

묵정밭에도 그리 해볼까 합니다,

어릴 땐 나물로 먹고, 관상용으로도, 또 절개지 땅도 꽉 잡으라고.

 

진로상담 있었습니다.

상담 바닥에는 늘 ‘생에 길은 많으니까’가 깔려 있지요.

그럼요, 삶에 얼마나 길이 많더이까.

창조적으로 사는 데 그리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랍니다.

가면 되지요, 하면 되지요.

 

밤, 법적인 다툼을 하고 있는 촌부의 분투에 힘 보태기.

물꼬에 오래 먹을거리에서부터 참 많은 것을 보태시는 유기농사꾼이랍니다.

어제, 뚜뚜발 뚜뚜발 타법으로 쓴 진정서를 보며

우선 그 열정에 입이 벌어졌지요.

오늘 서로 머리 맞대고 내용을 보충하고 교정교열을 보고 퇴고를 하고...

꼭 건승하시길.

 

그리고,

물꼬로 온 아름다운 청년의 소식을 아는 이들과도 같이 읽고 싶은 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물꼬는 어떤가요. 푸르르면서도 울긋불긋 가을 단장을 했나요.

방금 잠깐 홈페이지에 갔다 왔는데 빈들모임을 했더라구요.

고구마도 캐고 곶감도 널어 말리고 수행도 하고 밤엔 이야기 꽃 피우며

행복한 순간을 보내셨겠죠. 저도 함께 했던 그 시간들처럼 말이죠(아, 계자랑은 좀 다른 분위기려나요).

함께 하고 싶은데 금토일은 제게도 가장 바쁘고 의미 있는 한 주의 순간들이라, 힘드네요.

전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운 좋게도 일과 삶이 괴리되지 않은 일을 지속하며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고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꿈의 형태는 바뀔지언정 그것이 간직한 빛깔은 그대로 인 듯해요. 좀 더 짙고 투명해졌으면 하는데, 아직 노력 중입니다.

 

평생을 살면서 찰나와 같은 순간이지만, 한 사람의 기억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시기가 있어요.

물꼬의 시간이 그러합니다.

여름에 물꼬를 겪어서 그런 지, 물꼬는 제게 무더운 여름, 쨍쨍 내리쬐는 태양, 우거진 녹음, 시원한 물소리, 운동장을 뛰노는 밤톨 같은 아이들과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어요.

마치 청춘처럼요.

그러네요. 선생님은 늘 그렇게 청춘의 인생을 걸어오신 것 같네요.

교실 뒤편에 붙어있던 포스터였나요. 전태일 연극이었던 것 같은데, 서울에서 실험적인 교육에 발을 디디시면서 걸어온 그 삶의 발자욱이, 지금 자리한 대해리 학교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그 자리에 자연과 사람과 희망이 함께 하고 있기에 그런 걸까요.

제 기억의 한 자락, 내면 저 깊은 어딘가에 있는 온기, 원천이 그 곳과 공명하는 것 같아요.

 

이따금 이렇게 마음 전해도 되죠?

갓 구운 크라상과 작은 와인 하나 들고 찾을 날이 오겠죠?

언제 찾더라도 그 때 여름처럼 푸른빛으로 함께 하길.

 

와요, 와요, 와요, 언제라도.

그래서 품앗이일꾼이지요. 그러자고 서로 품앗이입니다.

그대가 손 보탠 것, 그거 물꼬방문티켓!

그 힘으로 물꼬가 늘 굴러가지 않던가요.

그대의 물꼬입니다.

찬일샘 소식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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