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2.쇠날. 맑음

조회 수 976 추천 수 0 2013.12.03 10:54:54

 

종일 움직인 아이 외할머니 안마를 해드리며 도란거리고 오니

새벽 1시가 훌쩍 넘습니다.

이제야 책상 앞.

 

아이들과 아침수행으로 열었던 아침; 해건지기.

오전에 아이 하나와 읍내 나가

고추장을 담그기 위해 마른 메주를 빻아 내리고,

어제부터 하던 김칫독 지붕 이우는데 빠진 부품도 두어 가지 사고,

천막도 주문했습니다.

지난 번 바깥수돗가 지붕에 천막을 갈아주며

해마다 비닐을 치고 걷던 북쪽 면을 어쩔가 싶더니

아무래도 뒤편 북풍을 피하기 위해 천막을 치는 게 낫겠다, 여름이면 걷어 올리기로.

앞면이야 비닐을 치면 될 테지요.

 

오후 수업; 엉덩이 붙이고 책 읽기, 글씨쓰기와 마음 살피는 글쓰기.

아랫마을 인술이 아저씨네

포도주며 마실 것들 들여 주고 은행을 주워가셨습니다.

늘 산마을에서 나는 것들을 못다 먹고 보내는 계절입니다,

딸기도 오디도 은행도...

아이들과 나가서 아는 체도 하고 수다도 떨고.

 

동치미를 위한 무도 절이지요.

좀 잔 무를 통으로 씻어 항아리에 절여둡니다.

거기 지고추와 파 넣고 물 부으면 끝이지요.

장독대에 둔 동치미 독에 살얼음 얼테고

그거 떠다 잘라 물 좀 부어먹으면

팥죽과도 무엇과도 어울린 겨울 반찬 하나이지요.

할머니는 위탁 아이를 위해 늙은호박전을 부쳐줍니다.

“선생님, 삼겹살도 먹어요!”

마침 엊그제 한 선배가 사다주어 얼려둔 게 있는데,

내일 저녁은 그걸 구워내려지요.

먹는 게 재미이기도 하는 산골 겨울저녁.

 

아이들 수업 끝내고 저녁 먹기 전 교무실 일도 좀.

겨울계자도 공지합니다.

원래는 11월 빈들모임이 있는 주말입니다.

그런데 주초에 전화 넣어 일정들을 조절했습니다.

상협이네가 다음 기회로,

그리고 두 가정은 다다음주에 개별 면담을 오기로.

시험을 끝낸 고3 수험생들 몇의 방문은

12월 청소년계자에 합류해달랄 부탁하지요.

그리고 오늘 방문하기로 한 가정도 내일 오십사.

고추장 담그고 메주 쑤고 김장까지 이어갈 일정이어

수선스런 산골 월동준비로 양해를 구했던 것.

 

울어머니 평생을 어르신들께 잘 하고 사셨습니다.

목욕탕을 가면 나이든 어르신들 등을 밀어드렸고,

사는 게 변변찮은 이웃들 두루 먹거리 나누고, ...

“자식한테 다 돌아가겠거니 하고...”

그러셨더랬지요.

당신 기도와 애쓰심으로 오늘 제 삶이 이리 멀쩡습니다.

나 하는 것이 자식에게 덕이려니,

저도 어느새 부모이고 있는데...

 

참, 그런데, 달골 햇발동 부엌바닥이 다시 물샙니다요!

싱크대 앞의 발받침이 흥건히 젖어있네요.

일시적 현상일 뿐인지, 일단 지켜보기로 합니다.

얼마 전 수도관교체공사를 했는데,

수도관이 아니라면 이제 보일러이겠다 짐작해봅니다.

일단 살펴봅시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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