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하늘의 원인은 중국에서 넘어온 공업용 미세먼지라네요.

눈이 뻑뻑하고 따갑더니.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내일도 그럴 거라는.

서울의 벗이 전하기를

충무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보이는 남산타워는 고사하고

바로 앞 건물 두어 채만 보인다는.

그래도 이 산골은 좀 낫나 보다 싶은.

 

가마솥방에선 몇 손이 유자를 썹니다,

품앗이 선영샘이 고흥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지난해 겨울에도 그렇게 얻어먹었고.

잊지 않고 올해도 이 산마을까지 닿은.

좀 더 가늘게 썰어졌으면 싶지만,

굵게 채 썰리더라도 자신이 다 못하면 잘 안 되는 상황을 감수할 수 있어야.

그래도 일이 되는 게 어디냐, 좀 굵으면 굵은 대로 먹지 하며.

 

거친 바람에 넘어가 여러 날을 해바라져 누웠던 교문 안 쪽 게시판을

오늘에야 신발 달아 세웠습니다.

이웃에서 와서 손 보태주었네요.

고맙습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라고...

 

교육청에서 다녀갑니다.

가마솥방 내려앉는 마루와 비가 새는 천장 문제로

서로 씨름을 좀 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가,

어디까지 책임선인가, 그런.

봄이 오면 곳곳 손을 볼 일들이 줄을 섰지요.

먼지 풀풀 하겠지만 즐겁기도 할.

 

한밤 길을 나설 일이 생겼습니다.

호법을 지나는데, 안개로 차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안개 자주인 곳이라는데, 오늘 좀 심히 두터운 듯.

그때 울리는 전화,

“어디쯤?”

“고속도로인데도 ‘우리’ 20킬로를 못 밟아요.”

‘차들이’도 아니고 ‘사람들이’도 아닌

‘우리’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연대감이 생길 때 나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함께 그 시간 고속도로 위에 있었던 모든 차들과

‘우리’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구라도 같은 처지에 있으면 금세 우리가 되는 거지요.

아, 그래서 일찍이 정치가들이 국민을 선동할 때도

그 ‘우리’ 상황을 만들었던 것.

서로 적대시하던 모든 개별이 한순간 우리의 대열이 되도록.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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