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1.물날. 흐리다 눈

조회 수 799 추천 수 0 2013.12.27 10:59:53

 

“어머!”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새벽 운전에

휴게소에서 잠시 눈 붙였던 참입니다.

말짱했던 휴게소 마당이 온통 두터운 눈으로 덮여있었습니다.

겨우 한 시간여 잤던가 싶은데 그 사이.

꼼짝없이 눈에 묻히고 말겠다 부랴부랴 움직이는데,

길은, 눈이 햇살처럼 쏟아지는 고속도로는

깜빡이를 켠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7시.

 

그나마 마을로 들어오며 눈이 좀 잦아들었지요.

학교로 들어서서 차 세우고 나니 다시 내리는 눈,

점점 굵어지다 오후에는 억수비처럼 펑펑 퍼부었더랍니다.

식구들이 종일 좀 뒹굴 수 있었던.

마침 긴 길을 다녀오기도 했던 바.

 

저녁밥상:

점심에 남은 잔치국수, 말린젓갈조림, 얼마 전 소사아저씨가 잡아두었던 닭으로 찜과 닭죽,

오랜만에 만든 밑반찬들; 멸치볶음과 오징어채무침 무말랭이장아찌 은행구이,

그리고 배추김치와 무김치와 파김치.

눈 내리고 발 묶인 산마을의 고립을 때로 즐깁니다,

저장된 음식들을 눈 속에 꺼내며.

더 자주 이리 살려고 들어온 산골이었는데...

 

그런데, 가마솥방 부엌 바닥 하수구 역류.

날이 차서 관 끝이 얼어 그런 걸까요.

지난여름이던가 공사했더랬는데, 하수구를 뚫는.

아고...

뭐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고,

물꼬 여기저기 손봐주러 오는 수도배관 아저씨한테 전화 넣어놓고.

“지켜보고 또 그러면 다시...”

통화하며 그 얘기 듣던 기락샘,

“불쌍한 여보야, 왜 그러고 사노...”

이러니 생기는 일마다 글로도 말로도 문자로도 다 못쓰는...

어디 이만한 일들만 있겠는지요, 이눔(하하)의 산골 삶.

그래도 물꼬 일의 즐거움으로 사는 산골살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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