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의 아침입니다.
내리 이틀 비 왔고
오늘은 갠 아침.
목포에서 이틀 밤을 자고 돌아왔고,
물꼬는 한갓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는 걸음에 재 너머에서 뭘 찾아와야 했는데,
운전을 한 동행인이 호되게 고생하였네요.
길을 미리 챙겨봤더라면 수월할 수 있었을 것을
국도를 타고 오느라 아주 아주 긴 운전.
무사도착, 고맙습니다.
닿자마다 김천으로 넘어가 다례모임도 하고.
아이가 읍내 나간 길에 숯을 챙겨왔습니다.
올해는 미처 장에 넣을 숯을 못 구웠다 한 며칠 전의 말이 있어
그걸 기억했던 모양.
고새 재 너머 다녀오며 참숯을 구해왔더랬는데.
어미가 허술하니 자주 살림을 살피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 이제 제도학교로 가면
살림에 구멍이 얼마나 숭숭할지.
“아무래도 아들 일 시킬라고 학교 안 보냈나 봐.”
아이가 가끔 하던 농담처럼
참말 이 산골살림이 그 아이로 얼마나 건사됐더랬는지.
순전히 비 때문이라고 합시다.
지독한 무기력이 엄습합니다.
그건 바닥에 발이 붙지 않고 있을 때 옵니다.
한편 몸도 무거울 때 그렇습니다.
수행이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생활일 때도 또한 그렇습니다.
제 버릇 개주기 어렵지요.
처절한 성찰이 있어도 유지가 어렵습니다.
게으름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지요.
나 무엇 하는가,
갖가지 유혹을 떨치지 쉽지 않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무리를 이끌 때
그들이 하는 의심의 반복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남의 일을 볼 때는 왜 저런가 싶지만
내 삶 또한 같은 꼴이고 말지요.
그런데 이 배경에는 제 때하지 않은 일들이 쌓인 부담이 있습니다.
공부가 밀리고 글쓰기가 밀립니다.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논두렁들을 생각하고 품앗이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