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호박죽을 끓여냅니다.
3월이 오기 전 비울 늙은 호박인데,
여태 장 위에 장식품처럼 앉았던 것들입니다.
겨울날 몇 차례 해서 둘레 할머니들과 나누고는 했는데,
그러고 보니 올해는 3월이 되어서도 아직 이번학년도를 준비 중이니...
남아있던 다기도 마저 삶아내고,
다식으로 쓸 것들도 좀 만들어놓고,
다림질도 하고,
어제 이웃에서 온 유기농사과에 대한 답례로
이것저것 챙겨 보따리를 싸고.
식구들 점심 멕여
읍내로 또 기차역으로 보냅니다.
황간으로 둘러오며 다시 이웃 유기농가 광평에 들러
어제 주셨던 유기농사과로 만든 잼도 나눠드리고, 더하여 두어 가지도.
그런데 또 대파가 실려 오고.
늘 뭔가 드리자고 간 걸음이 실어오는 게 더 많은.
돌아오며 면소재지를 지날 적
마침 장이 서서 멈춰 들여다보는데, 다가오는 이,
뜻밖의 사람을 만났습니다.
차공부를 하며 안면이 있던 분.
“이 산골에 사세요?”
“그렇다니까요.”
골짝골짝 나들이를 좀 해보는 봄이라셨지요.
물꼬까지 같이 와 다과를 나누었습니다,
언제 이러는 때가 오겠는가 하며.
사람살이 꼭 일만으로 사람을 만나던가요.
볕 좋은 날 이리 차 한 잔 나누는 것도 덕이려니.
오후는 좀 바빴지요.
내내, 아니 해지도록, 아니 밤 이슥토록
쓰레기를 정리해냈습니다.
내일 군의 숨은자원모으기사업이 있고,
각 면의 새마을지도자들 중심으로 모여진 재활용품들이 모일 것.
그편에 물꼬 물건들도 좀 실어 내려지요.
플라스틱을 내기에 이때가 제일 좋아
아주 작정하고 이참에 ‘되살림터’를 아주 문지르듯 정리.
태울 것들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그리고, 아이들 차 공부를 위해 준비 좀 하고.
내일은 산촌유학관련 협의가 있습니다.
모레는 비행기에 오를 일도 있어 종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