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7~9.달~물날. 맑은 사흘

조회 수 719 추천 수 0 2014.05.09 06:45:53



길을 헤매던 날씨가 다시 봄인 줄 알아차렸나 봅니다.

포근해진 듯한.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침저녁 추운, 몹시.

그렇다고 아무렴 겨울날씨만 할까요.


학교에서는 옥수수며 호바이며 밭에 옮겨 심을 모종에 물을 주고

봄바람 속에 돼지감자를 정리하고

닭장 뒤란에 밭도 만들고...


들어오지 못했던 사흘,

학교 돌아오니 달골 들머리 벚꽃 만개하고 수선화는 지고,

수수꽃다리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디다.

성남에서 연수가 있었습니다,

부녀회장으로 가야했던.

새마을연수. 예, 새마을 연수. 새마을 연수? 그렇다니까요.

팔랑거리고 오갔더니 어르신들이 아주 공주님이라 부르며 친근해하시고,

이젠 낯선 어딜 가도 지내기가 그만그만합니다.

하여 나이 드는 일이 고맙습니다.

너무나 이질적인 문화 속에 어이 사흘을 보낼까 싶더니

모든 삶의 수고로움에 대한 인정과

때론 감동과

사람살이 다 고만고만하다는 이해가 버무려져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과

전혀 몰랐던 새마을운동의 역사(독재정권 시절 그저 관주도로 이루어졌던 일로만 알았던,

그래서 가물치 콧구멍도 아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저 자리만 지키다 오지 싶었다가)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왔습지요.

무섭습디다.

진보세력이 백날 날고 기어야 아직 안 된다는 뭐 그런 생각이 든.

새마을운동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뿌리 내렸는가 돌아본.

그것을 다룬 한 선배의 논문도 있었더랬습니다.

참,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온 이들과 어울려

볕 아래 모여앉아 즐거운 수다도.

제 3세계의 민중이 적어도 배고픔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기를.

그런데, 기아가 정작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임을, 더하여 정치적 문제임을 그들은 알지,

전 지구인이 먹을 만치 충분한 식량이 해마다 수확되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식량가격을 위해 어떻게 폐기되는지를...


마지막 날 강연 하나는 참말 귀에 오래 남데요!

끼어들기 그거 못하게 하려고 바락바락 꽁지를 좇아가는 차머리에 대한 비판,

그런 소갈머리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묻던.

나는 혹 그런 마음 크기이지 않은가를 물었습니다.

‘소갈머리 키우기!’

우리 사회에 어떤 것보다 시급한 의식성장이 바로 이것 아닐는지요.


돌아오며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

벗과 논두렁과 품앗이샘을 잠깐 만나 근황을 주고받고 얼굴보고 왔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곳에는 물꼬 인연들이 있습니다.

고마운 세월입니다.

고마운 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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