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창대비 같은 비가 밤새 지나고 봄비처럼 내리는 아침,

밭에는 옥수수를 심을 채비를 합니다.


침몰한 여객선에선 사람들이 다 구조되었는가요?


“날 좋다”

멀리 강원도에서 날아든 문자.

어제 남도의 한 절집에서 실어왔던 대나무를 내려놓고

먹을거리들을 좀 갈무리해둔 다음

북쪽으로 가는 길,

길 위는 아직 흐린 하늘이었습니다, 가끔 비도 뿌리는.

내일 4월 빈들모임.

그 전 오늘 밤엔 가평 설악에서 역사모임 하나.

모임에 온 선배, 24시간 책 방송을 하는 온북TV에서

달마다 30권씩 책을 기증해주기로 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마르케스가 타계했대...”

후배 하나가 소식을 전합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를 입에 올리면 마술적 리얼리즘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러니까 남미라는 데가 500년 동안의 식민지 역사부터 시작해서

얼토당토 않는 일이 비일비재해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냥 분노 정도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 거지요.

하여 현실을 그리기는 하나 마술을 얘기하듯,

그렇게 말도 안 되게 표현을 하지 않으면 맨 정신으로 살 수가 없는 사회니까

이런 문학장르가 탄생했다던가요.

(한국은 다른가 싶은...)

<백년 동안의 고독>의 고독에서도 마술적 리얼리즘은 여러 행태로 나타납니다.

죽은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활약하고

어떤 사내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다가 뱀이 되어 버리고

부엔디아 집안의 한 선조는 돼지 꼬리를 달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요.

레베카는 흙과 벽에서 긁은 석회를 먹고 살고,

항해 도중 바다에서 용을 잡았는데,

그 뱃속에서 십자군 병정의 투구와 허리띠 그리고 무기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난로에 얹어 둔 우유가 끓지 않아 주전자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그 안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담요나 양탄자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 이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인물도 있고.


...이 말을 했을 때 우르슬라는 자기가 옛날 죽음의 골방에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했던 대답을 그대로 되풀이했음을 깨닫고는, 지금 자기가 말했듯 이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가운데서)


영면의 길에 평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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