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풀과 보내는 날들입니다.

어느 곳을 가도 세월호의 화면이 떠있다는데,

산골은 오늘도 고즈넉하였습니다.

포탄이 터지는 것도 모르다 전쟁 끝나서야 알았다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던 그 산골.


산오름.

오늘 남도의 한 차문화축제에서 황궁다례 시연회를 하기로.

그런데 지난 달날 10월로 연기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나라가 다 가라앉아있으니. 세월호...

마침 벗들의 산행이 가까이에서 있어

밤에야 합류하여 얼굴 보자던 것이었는데 동행 가능.

거지밭골이라고, 한때는 산 정상 분지에 농사를 짓고 살았던 흔적이 있는 곳,

예전에는 지게를 지고 오르내렸다는데,

사람 흔적 오래전 사라진 곳을 향해

우리는 정글을 지나 고대문명을 찾아 나선 이들 마냥 나아갔습니다.

계곡에서 수행도 하고, 누군가는 알탕도 하고,

마치 발에 빨판이 달린 것처럼 깎아지른 계곡 바위를 타 오르고...

아, 비로소 산마을 치고 제법 여러 가구가 살았겠는,

덤불 무성한 계단식 평지들이 나타나고

아직 남아있는 쓰러진 집 한 채.

뒤 곁 샘에는 노루고 토끼고 다녀가나 봅디다.

들어가서 말뚝 박고 살면 그게 내 땅 되겠는 그런 곳.

더는 오지가 없다 하여도

이런 오지마을이 잡목들 덮여 더러 숨어있을 테지요.


산을 내려와 구지뽕을 키우고 즙을 짜고 차를 덖는 벗네서 묵고

이튿날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뭐 산행까지는 아니고 잠시.

속리산에서 오신 소장님과 언제 적부터 나물산행 한번 하기로 했던 바.

일행들이 다 가자던 어제이더니

음주가 지나쳤던가 달랑 셋이 나선.

족도리풀(세신)이 많기도 합디다.

빗방울 비치다가 다시 거두어준 산신.

드디어 삼을 찾았습니다.

누군가 언제 뿌려준 흔적이려니.

그러하니 저리 군락으로 나지 않았을지요.

산할아버지가 그러셨네요, 캐봐라.

하여 조심조심 소장님 안내 받아 산삼을 처음 손대봤습니다.

잎 두 쪽이면 각구, 세 잎이면 삼구.

여러 개 캐고, 내려와 먹기도 하고, 옮겨도 심고,

그리고 세 뿌리는 물꼬 심자고 얻어왔더랍니다.

소장님은 백작약과 참당귀도 옮겨 심어보라며

더하여 챙겨주셨지요.


오후 비 굵어지고

일행들이 방마다 들어가 잠시 낮잠을 청하기도.

11월 네팔행 관련 모임도 이어.

네팔 여행서를 벗이 챙겨주었습니다.

관련 자료들도 복사하여 건넸습니다.

누구랄 것 없이 닥친 삶이 바쁠 것인데,

꼭 이렇게 하는 이들이 있지요.

그래서 사람은 ‘동행’에 흔쾌한 것일 터.

고맙습니다.

언제 들여다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으나.


밤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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