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7.흙날. 맑음

조회 수 709 추천 수 0 2014.06.24 00:30:24


 

며칠 만에 쾌청한 아침.

꾀꼬리 소리 들릴 것 같은.

 

땅콩밭 풀을 좀 매고,

아크릴 그림 작업.

이번 주 내내 많은 시간을 들여 하고 있습니다.

켜켜이 올라가는 색감이 좋습니다.

얇은 그림은 표가 납니다.

깊이만이라도 있으면 좀 낫겄지 하고

그 시간만큼 화폭 위로 쌓아보는.

 

아이가 와서 사택을 청소하는 동안

목공실에 잠깐 들어갑니다.

작은 화분대를 하나 만들지요.

겨울 언 문제발생시 관을 녹이는 데 긴히 사용할 플러그 두 개를

공사에서 남은 들통으로 엎어놓기 오래.

그 덮개를 만들어주자던 게 여러 달.

이제야.

그 위로 화분 하나 놓아둘.

 

아, 이른 아침 숙제 하나를 했더랬지요.

적조하였습니다, 라고 쓰며

어른들한테 쓰는 말은 맞나 잠시 갸우뚱하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이 끝지점까지 와서야 손을 대는 일.

‘선생님, 큰바다마을의 옥영경입니다.

지난해 가을학기와 올 봄은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일에 몰두하며 보냈습니다.

그 사이 바다 건너 두어 차례 걸음 하였고,

위탁교육과 특수아동 치료와 주말학교와 계절학교를 건넜습니다.

글은... 한 줄도 시가 되지 못한.

요 얼마동안은 서해에 빠진 배로

따라 들어간 심연에서 나오질 못 하고.

그래도 밥을 먹고 풀을 뽑고 먼지를 털고.

시간은 참 힘이 세지요.

거기 기대 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세상에나!

지난해 다녀가시고 소식 한 줄 올리지 않고.

주고받은 연락은 일 년 전에 멈춰있고.

곧 다시 뵐 것인데,

이제야 겨우 글월 하나.

그런데 일 년이 걸려 가는 글월에

선생님은 바로 답을 주십니다.

그것이야말로 선생님의 힘이 아닐까 싶은.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제게 매가 되셨지요.

이러니 나이 들어도 부모 그늘에, 스승 그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새벽 2시, 빗방울이 후두둑거리는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4844 2019. 3.25.달날. 맑음 옥영경 2019-04-04 869
4843 2019. 3.24.해날. 맑음 옥영경 2019-04-04 873
4842 2019. 3.23.흙날. 봄눈 옥영경 2019-04-04 825
4841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5091
4840 2019. 3.21.나무날. 바람 불고 비온 끝 을씨년스런 아침, 하지만 맑음 / 도합 일곱 시간 옥영경 2019-04-04 889
4839 2019. 3.20.물날. 흐리다 저녁답에 비 / 수선화 옥영경 2019-04-04 847
4838 2019. 3. 4.달날 ~ 3. 18.달날 / ‘사이집’ 첫 집중수행 보름 옥영경 2019-04-04 858
4837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939
4836 2019. 3. 1.쇠날. 미세먼지로 긴급재난문자가 울리는 옥영경 2019-04-04 740
4835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5603
4834 2019. 2.25.달날. 맑음 / 특강 옥영경 2019-04-04 707
4833 2월 어른의 학교(2019.2.22~24) 갈무리글 옥영경 2019-03-28 825
4832 2월 ‘어른의 학교’ 닫는 날, 2019. 2.24.해날. 맑음 옥영경 2019-03-28 787
4831 2월 ‘어른의 학교’ 이튿날, 2019. 2.23.흙날. 맑음 옥영경 2019-03-27 879
4830 2월 ‘어른의 학교’ 여는 날, 2019. 2.22.쇠날. 맑음 옥영경 2019-03-27 844
4829 2019. 2.21.나무날. 달 둥실 / 1월 그리고 2월의 ‘사이집’ 이야기 옥영경 2019-03-25 839
4828 2019. 2. 1.쇠날. 흐리다 잠시 눈발 날린 / 김장하지 않은 겨울 옥영경 2019-03-25 814
4827 2019. 1.31.나무날. 맑음 / 돌아오고 얼마쯤 뒤 옥영경 2019-02-03 1248
4826 [바르셀로나 통신 16] 2018.12.29.흙날. 맑음 / 도시 이야기 2; <바람의 그림자> 옥영경 2019-01-10 1201
4825 [바르셀로나 통신 15] 2018.12.21.쇠날. 맑음 / 도시 이야기; 바르셀로나 옥영경 2019-01-09 16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