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아침까지

 

 

자고 자고 또 자도

밤은 끝이 나지 않았다

새벽이 마을 앞인가,

아직도 더딘 어둠

 

물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바닥 뚫린 선체처럼

커튼을 젖히자 쏟아지는 햇살처럼

아침이 열리자 소리들이 거세게 넘어왔다,

살아있는 것들이 내는 소리로 산이 벌렁거렸다

 

9월이 시작되자 볕이 저 먼저 알고 기울어

빛이 각도를 낮춰 마당을 걸었다

비 많았던 여름 끝이었으나 그래도 가을볕 붐벼

고추가 익고 감이 익고 벼가 익고

그리고 풀끝이 바래가고

떠났던 모든 것들이 저녁에만 돌아오는 게 아니다

들이 그러했다

 

간밤, 혼자 울었던 존재들이여

그리운 사람 너머에서 길었던 밤의 시간이여

너도 홀로 나도 홀로

혼자가 여럿이면 또한 혼자가 아닐지라

내 아침은 네게도 아침일지라

 

 

달골을 비운 얼마동안 말벌이 제 집을 만들었습디다.

달골에서 내려오는 아침 길,

계곡에서 나팔꽃이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가 아나 모르나 세상을 채우는 것들로

눈물겨운 생동감이 일었지요.

 

한 어르신의 연락입니다,

생명의 전화 감사패를 받게 되었다는.

밤 시간 10시간씩 생명의 전화 상담봉사를 무려 28년,

1500시간이 넘어 감사패를 받게 되셨다지요.

곳곳에서 모두 수고로운 생을 그리 건너갑니다요.

 

9월 바깥수업 일정을 이제야 짜고,

무밭과 알타리무밭을 돌아보고,

함께 교육부 연수를 받은 이들로부터 온 안부에 답도 합니다.

아름다운 교장샘께로 시작하는 한 대안학교의 교감선생의 문자로

아름다운, 이라고 불러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 참말 좋구나 새삼스럽기도 하더이다.

아름다운 그대여, 아름다운 당신이여, 아름다운, 아름다운, 아름다운...

 

이웃마을 강진에서 복숭아를 실어옵니다.

다섯 콘티나 가져왔지요.

여름내 땀 흘렸을 농사, 답박답박 받기는 이리 쉽습니다.

오는 길에 오래 쓰지 못해 수리를 맡겨두었던 청소기, 찾아왔지요.

 

그리고, 상담 한 건; 일산의 7학년 딸아이.

부모의 이혼, 아이의 학교 거부, 학교의 선도위원회, 담임교사와의 갈등, 전학권고,

다시 간 학교에서도 반복되는 일들,

“어디서부터 잘못되구 성격이 자꾸 바뀌는 제 아일 보면 맘이 아파요.”

자, 같이 찾아봅시다, 어디서부터 어찌 할지.

위탁교육 일정도 잡아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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