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3.달날. 맑음

조회 수 705 추천 수 0 2015.04.24 11:39:54


밤새 바람은 계속 지붕이 흔들었다.

봄은 봄꽃만큼 바람도 바글댄다.


“생각나서...”

달날 아침 9시가 넘자마자 전화가 울린다.

주말을 보내며 생각나서, 그래서 주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출근하자마자 받을 수 있겠는 시간에 당장 한 것쯤으로 이해되는.

소진할 대로 소진하고 있다고, 물꼬 가고 싶다고.

탈진이겠다. 번아웃이라고 하는.

물꼬의 순기능 하나가 그런 거 아니던가.

옥샘 밥, 먹고 싶어요, 물꼬, 가고 싶어요...

그 밥 먹고, 잘 자고,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서 다음 걸음을 한 걸음만 더 내디딜 수 있다면.

오시라, 꼭 오시라.


늦은 오후 지역 도서관에 들렀다 온다.

도서관의 너른 책상과 튼튼하고 견고한 의자를 사랑하노니.

아이들과 그러했듯 새삼 책 읽는 즐거움을 한 선배랑 잘 나누고 있다.

공유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슬픔과 분노조차도 공유할 때 그것이 흩어지기 쉬운.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 첫째일 것인즉.


돌아오며 잠시 들린 읍내 한 어르신 댁에서 행주며 포도며 챙겨주신다.

그런 그늘들로 늘 산다.

그렇게 지역 어르신 한 분께도 드디어 글월 한 편 올렸다.

수년을 애를 먹이던 달골 뒤란은,

사람들이 모은 몇 천만 원의 돈으로도 제자리걸음을 했고,

애를 끓이며 여러 해가 흘렀다.

이제 다른 손들을 좀 빌리려 한다.


날 차다. 밤엔 영하 6도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964 2016. 7. 5.불날. 비 좀 멎고 해, 아주 잠깐 나 있노라 얼굴 내민 옥영경 2016-07-21 707
1963 2016. 6.22.물날. 흐림 옥영경 2016-07-16 707
1962 2015.10.2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23 707
1961 2015. 9.20.해날. 시원하게 맑지는 않으나 옥영경 2015-10-16 707
1960 2015 어른 계자 닫는날, 2015. 8. 9.해날. 맑음 옥영경 2015-08-23 707
1959 2015. 7.15.물날. 맑음 옥영경 2015-08-02 707
1958 2015. 4. 7.불날. 비 옥영경 2015-05-07 707
1957 2014.10. 2.나무날. 비 옥영경 2014-10-28 707
1956 2014. 8. 6.물날. 비 옥영경 2014-08-10 707
1955 [고침] 어른 계자 여는 날, 그리고 이튿날, 2014. 5.23~24.쇠~흙날. 덥고, 뿌연 하늘 옥영경 2014-06-13 707
1954 2024. 1. 4.나무날. 새벽 싸락눈 옥영경 2024-01-08 706
1953 164 계자 닷샛날, 2019. 8. 8.나무날. 소나기 / 민주지산(1,242m) 산오름 옥영경 2019-09-10 706
1952 2016. 9.13~14.불~물날. 흐리다 맑음 옥영경 2016-10-04 706
1951 2016. 4. 1.쇠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6
1950 2016. 3.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6
1949 2015.11.25.물날. 밤 진눈깨비 옥영경 2015-12-14 706
1948 2015.11.13.쇠날. 비 종일 옥영경 2015-12-05 706
1947 2015. 9. 9.물날. 맑음 옥영경 2015-10-07 706
1946 2015. 8.21.쇠날. 갬 옥영경 2015-09-12 706
1945 2015 어른 계자 여는 날, 2015. 8. 7.쇠날. 맑음, 그리고 밤 비 옥영경 2015-08-23 7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