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7.불날. 비

조회 수 692 추천 수 0 2015.05.07 02:29:40



이른 아침, 6시에 이르기 전,

몸을 봄이 와서 두드렸다. 잠이 깼다.

수행하고 산책하고 개울에서 돌 하나 주워와 장승 발아래 놓고,

음악을 틀고 차를 달이고,

그리고 차를 마시며 고재종의 시 한 편 읽었다.



흑명(黑鳴)


보길도 예송리 해안의 몽돌들은요

무엇이 그리 반짝일 게 많아서

별빛 푸른 알알에 씻고 씻는가 했더니

소금기, 소금기, 소금기의

파도에 휩쓸리면 까맣게 반짝이면서

차르륵 차르륵 울어서 흑명,

흑명석이라고 불린다네요.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뿐이라던

뮈세여, 알프레드 뒤 뮈세여


;<쪽빛 문장>(문학과 사상사, 2004)



누구나 삶의 고통을 몸 안의 어느 깊숙한 곳에 간직한다,

그런 문장을 생각했네.


모종판에 옥수수가 올라온다.

밭도 준비해야겠네.

밭에 거름을 넣었다.


이제 달골 공사 일에 집중해야 하는 때.

10시 면담이 하나 있다.

면 내의 민간기구의 대표이다.

오랜 시간 물꼬에 우호적이었던 분이시다.

지자체의 한 어르신 소개로 이어진다.

공사 건은 공사도 공사지만

관내에서 물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오후에는 면사무소에서도 담당 계장님과 면담.

이태동안 부녀회장 일을 했던 덕에 담당 공무원이 그를 소개시켜주셨더랬다.

{정말 ‘(누구를)안다’는 바깥에서 일을 해나가는데 거쳐야 할 몇 단계의 과정을 줄여준다.}

이미 이곳의 상황을 알고 계셨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달골 땅 경계도 확인해주셨다.

“와, (잃어버린)땅을 찾아주셨어요!”

경사지가 뒤로 물러날 땅이 없어 너무나 어려운 공사가 되리라 했는데,

숨을 돌릴 수 있게 한다.

힘 하나 그렇게 된다.

일이 어디로 가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같이 움직이며 길을 찾는가.

고마운 일이다.


공간이 너르니 쓰는 전기도 선이 많다.

한전행.

밖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더 줄이기 위한 고민으로 간 걸음.

돌아오기 전 도서관에 들러 책들을 빌리고,

고등학교 학부모회도 걸음해본 날.

기숙사에 있는 아이를 데려와 집에 재우기도 한다.

가여운 이 시대의 가여운 우리 아이들...

그러나 그들은 씩씩하다.

이 시대를 그리 환하게 웃으며 갈 수 있는 놀라운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우리를 살려주고 있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66 3월 20일 해날 모진 봄바람 옥영경 2005-03-21 1235
1765 9월 3일 흙날 빗방울 오가고 옥영경 2005-09-14 1235
1764 2007. 2. 5.달날. 봄날 같은 옥영경 2007-02-08 1235
1763 2008.11.30.해날. 맑음 옥영경 2008-12-21 1235
1762 2008.12.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2-29 1235
1761 133 계자 여는 날, 2009. 8. 9.해날. 회색구름 지나 오후 볕 옥영경 2009-08-14 1235
1760 2011 여름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8-01 1235
1759 147 계자 이튿날, 2011. 8.15.달날. 흐림 옥영경 2011-09-01 1235
1758 2월 빈들 여는 날, 2012. 2.24.쇠날. 흐림 옥영경 2012-03-04 1235
1757 7월 4일 달날 끝없이 비 옥영경 2005-07-13 1236
1756 2009. 5. 5.불날. 덥더니 저녁답 소나기 뿌리다 옥영경 2009-05-13 1236
1755 2009. 5.21.나무날. 새벽비 내렸다 개다 옥영경 2009-06-06 1236
1754 135 계자 이튿날, 2010. 1. 4.달날. 눈, 눈, 눈 옥영경 2010-01-07 1236
1753 2010. 9.12.해날. 밤새 내리던 비 개다 옥영경 2010-09-29 1236
1752 2010.12.17.쇠날. 눈 옥영경 2010-12-31 1236
1751 2011. 4.25.달날. 바람 바람 옥영경 2011-05-07 1236
1750 2012. 2.17.쇠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236
1749 5월 빈들모임(5/25~27) 갈무리글 옥영경 2012-06-02 1236
1748 158계자 닷샛날, 2014. 8.14.나무날. 비 / 산오름 옥영경 2014-08-20 1236
1747 2017. 1.16~20.달~쇠날. 눈 내렸고, 맑았고, 몹시 추웠다 옥영경 2017-01-26 123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