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타.

어제 자두밭에 들어 종일 일했다고 뻐근하다.

하루 일하면 하루는 느슨해야 하는 농사일이고 있다.


달골 경사지 안전점검과 공사로 봄학기를 잡아놓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저곳 조율하고 있는 바람에

안에서 수업이 없는 이번학기이나

평일은 여전히 수업에 못잖은 일들이 이어지고

그나마 주말이면 자잘한 살림들이 줄을 섰다.

이른 아침, 어제 심은 호두나무 다섯의 바닥부분에 아크릴을 칠했다.

유성페인트를 칠하라던데, 이것도 도움이려니 하고.

벌레들이 올라 갉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인데,

이것도 괜찮겠지 한다. 괜찮을까...


오늘 하기로 한 산판 뒷정리 일이 내일로 또 밀린다.

굴삭기 작업을 하기로 한 이가 다른 일이 더 급하게 됐단다.

마장순샘한테 엊저녁 그리 연락이 왔다는.

달골 산판 뒷정리 일을 물꼬 측 교섭자로 나서서 일을 마무리 해주기로 한 그니이다.

뭐 하나 바로 넘어가는 일이 없다, 라고 쓰려니,

그러면 또 그리 일을 하면 되지 싶다.

내일은 비 온다는데, 또 밀리려나.

그땐 그때대로 또 생각을 하기로.


어제 심은 호두나무 흙을 돋우어주고,

저녁답엔 쑥을 뜯어 쑥버무리를 쪘다.

파드득나물 겉절이와 머위된장무침이 밥상에 오른다.

봄이다. 고마운 봄이다.

운동장도 뒤란도 물꼬에겐 밭이다, 들이다.

거기 나는 모든 것들이 먹을거리다.

엊그제 이웃 광평농장에서 온 튀밥으로 쌀강정도 만든다.

엿과 설탕을 끓여 버무려 놓다.


달골 마당은 몇 차례나 뒤집어놓아 돌투성이,

그래도 꽃밭 있다.

거기 수선화 이제야 피는데,

달골 뒤란 경사지 문제로 조율하느라 이러저러 사람들 오가며 밟히네.

안되겠다.

전체를 둘러쳐서 울타리를 만들어줄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서리부분에 나무 울타리 자그맣게 좀 세워야겠다.

나무를 대략 챙겨둔다.

내일 짬내 자르고 칠해야겠다.


늦은 밤 기숙사에 있는 아이가 왔다.

가마솥방 한쪽 벽에 페인트를 칠하면서 거기 적혀있던 ‘밥은 하늘입니다’를 뗐더랬다.

먼지 안고 낡아있었다. 시간은 어디나 그리 흐른다.

벼루와 붓을 꺼내 다시 써준 류옥하다.

바쁘다는 고교생의 시간에 잠깐 하룻밤, 해날 새벽이면 또 나서는데,

그래도 흔쾌히 어미 일을 늘 돕는다.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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