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사흘

 보지 못한 동안에

 벚꽃이라네’

하이쿠 하나 읽노니,

이 같은 시를 읽지 않고 어떻게 봄을 기다린다고 할 수 있느냐던

어느 작가, 아니 그의 말을 생각했네.

벚꽃 언제 폈던가, 그리고 언제 졌던가...


세상은 유용과 무용을 본능적으로 파악한다지.

빈 들판에 나 있는 길이 최단거리인 것도 그런 까닭.

아무리 우회로 쪽으로 유도한다 해도 결국은 반질반질해진 길은 가장 빠른 길인.

꼭 내 기준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이 한 선택.

하기야 대개의 경우 그것은 또 나를 포함한 사람들일 테지.

그것은 이리저리 재 거리를 측정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리 되는 거다.

자연스런 흐름이 바로 최선이며 순리라는!


오전에 벙카며 한련화며 미니장미며들을 달골 마당에 심어놓고

이른 오후에 읍내를 나갔다.

교육청에서 그리고 군청에서 교육장님과 군수님과 면담이 있었네.

군의회 부의장님과 한 관변단체 협의회장님도 동행한. 동행해준.

주 안건은 달골 기숙사 뒤란 건에 대한 것이었지만,

교육장님과 이번 가을에 당장 관내의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할 자유학기제도 큰 못의 화제였다.

내친김에 저녁답에 돌아와 자유학기제 지원센터 현판을 만들었네.

그래보아야 자그만 나무판 두어 개 붙이고 그 위에 글씨 쓴.

해야겠다 마음먹고 목공실 가서 뚝딱거리고 보호용 도료 바르고.

내 힘으로 살고 있다는 실감!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이야 어디 있으랴만

산골 삶은 자주 그렇다.

아, 면소재지 장순샘 댁에 들러 닭도 다섯 마리 데려왔다.

몇 사람이 어불려 용인에서 사온 백여 마리를 닭을 나누기로 했던 바

거기 묻혀 물꼬도 부탁했던.


내일부터 한 주는 파리행이다.

두루 단도리가 필요하겠지.

도서관에 책도 반납하고,

이번학기부터 군에서 시작한 평생학습 강좌도 하나 신청하고,

이제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 손전화를, 기락샘한테 물려받은 기기로 바꾸고,

먹통인 솔라등도 고쳐두고,

그리고, 언제부터 무료서비스 해준다던 녹슨 부분 도금을 며칠 차를 뺄 수 없어 아쉬워만 하다

마침 파리 가는 주 동안 보내면 되겠다고 맡겼네.

다녀오면 하루 볕이 무서운 오뉴월이 기다리니

금세 푸른 물 뚝뚝 떨어질 녹음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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