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는 여전히 바쁘다.
무슨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그야말로 두더지가 온 밭에 구멍을 내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사람은 또 사람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라.
위탁교육 중이다.
해건지기. 수련하고 티벳대배로 백배.
삐용삐용. 긴급사태. 전화기 먹통. 이걸로 요새 일 다 하는데.
마침 아이들과 도서관을 나가기로 한 날. 절묘하게. 고맙기도.
해서 큰 도시까지 나가다.
돌아오다 금강 강가에서 가을볕에 잠시 앉았다.
살면 선물 같은 이런 순간들이 있다.
그 짧은 순간이 숨통이 되어 우리를 밀고 가게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읽고 빌리고.
저녁,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물꼬 논두렁을 초대했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던 샘이다.
밥상을 차리며 잔치처럼 부산한 아이들이었다.
산골 고즈넉한 삶에 홍시 하나 툭 떨어지며 던진 파장?
가지구이, 생선구이, 떡볶이, 고추다짐장과 생 김...
선물도 준비하다.
그런데 그가 못 왔다.
하지만 손님을 함께 맞이할 준비를 한 시간이 우리를 또 푹하게 했던.
우리는 틈틈이 옥수수도 까고 있다.
마른 옥수수에서 알떼기.
밥에도 넣어 먹고 튀밥도 하려.
일로 삼기엔 별 게 아니나 손은 또 가는.
가마솥방 한켠에 두고 오며가며 손이 쉬는 사람이 하기로.
아이들은 설거지를 하고 난 뒤에도 시간과 시간이 넘어가는 전이시간에도
짬마다 거기 앉아있다.
잠시 난 틈에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아이들은 또 그렇게 곁에서 옥수수를 깐다,
깊은 산골 어느 겨울 하루 모습 같이.
오늘 사고가 있었다.
손전화기 고장으로 같이 먼 큰 도시까지 동행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서두른. 부주의가 부른.
공사로 길이 사라지고 잘못 들어선 길에서 후진하다 그만 철제 기둥에 부딪힌.
아무도 다치진 않았고, 차는 움직일 수 있었으나 좀 망가진.
한편 다행하고 한편 머리 좀 아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