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 4.물날. 맑음

조회 수 698 추천 수 0 2015.11.23 16:23:05



나갈 문도 없이 집을 짓는다. 그게

사랑이다.

(그리고 능청이다.

삶이다.)


- 장석남의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시인의 말’ 가운데서



뜨거울 사랑이고 지겨울 사랑이고 아플 사랑이고 벅찰 사랑이다.

사랑이 물들고 사랑이 떨어지고 사랑이 채이고 사랑이 잊힌다.

가을이다.


다기보를 하나 만드느라 잡은 바느질이 어느새 새벽 3시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 일이라도 없으면 하루를 또 어이 견디랴, 삶을 어이 건너랴 싶은 날이 있기도 하지.)

하기야 자정 가까이에 잠시 두어 줄 꿰매겠다고 하고서는.

바느질이란 게 앉은 자리에서 그러기 쉬운 걸 모르지 않으니

야밤에 그리 잡을 일이 아니었건만.

바깥수업을 나가기 전 아침 조각들을 이어 만들던 조끼를 그예 마무리 지었다.

뭔가 손을 대놓으면 그리 또 끝이 나는 날도 오지.

지난봄에 시작해놓고 두 계절을 무시로 손대며 보내고 이제.

아, 이른 아침엔 멀리서 찾아와 하루를 묵어가는 이를 보냈네.

그저 따뜻한 국 한 그릇과 김치가 전부였던 밥상.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의 힘 되시라.

산골에서 드리는 사랑일지라.


논두렁 박상숙 샘이 무쇠 난로를 구해주셨다.

사람이 사는 일에 어리숙하니

물건 하나 사는 일도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데

오늘 철물점에 동행하여 알아도 봐주시고 실어도 주시고 .

한 어르신은 손수 만든 가방과 산골에서 유용할 거라며 패딩조끼를 주셨다.

“우리 동생이 사줬는데, 나한테 받지도(어울리지도) 않고...”

이렇게 또 살아가는구나.


만다라 다례가 있었다.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불교식 명상다례 쯤 되겠다.

둘러앉아 모두 손을 잡고 기운을 주고받는데,

그런 문장들을 생각했다.

‘새벽이 왔고,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을 맞고,

 아침부터 달려 장을 봤고,

 일을 했고,

 그날 나는 이별을 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저마다 자기 삶을 안고 이리들 앉았으리.

누군가와 헤어졌거나 저승으로 보냈거나

누군가 다쳤거나 언짢았거나 화가 났거나 슬펐거나.

잘 보이지 않는 생의 고달픈 어느 지점이 누구에게나 있을지라.

그럼에도 우리는 생이 요구하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으리, 살아내고 있으리.

같이 앉아 그렇게 의식다례를 하고 있어 위로였다.

사는 일은 늘 위로를 필요로 하지,

하물며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연규샘이 달골 명상정원 손 보태는 일에 고리책.

밖에 있으나 샘들은 일마다 그리 하나씩 맡아서들 움직인다.

이번 일은 95라인(물꼬 계자를 다녀간 95년 출생인들은 저들끼리 그리 불렀다) 중심으로들 모일 건 갑다.

수현샘 윤지샘 경철샘 서인샘에다 희정샘 정환샘 기표샘 아리샘들이 모일.

인영샘이랑 혜경샘이랑 가온에게도 연락 넣었다고.

‘함께’가 중심일 시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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