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고 아침이 왔을 뿐인데,

새날이 밝았을 뿐인데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날마다 아침이 이렇다면 우린 영생을 사는 것일 터.

이 아침, 새날, 새로 태어났노니.

일찍 절여두었던 배추를 건져 김치를 버무렸다.

아타스타샤(블라지미르 메그로)의 아침을 생각했다.

“그릇된 길은 각자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 대가는 항상 나중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서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태양이 떠오를 때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사려할 수 있다.

선택은 당신이 하면 된다. 당신은 자유다, 어디로 갈지 골라.”


달골 명상정원에 손을 보태러 보이기로 한 주말이다.

“저 무거운 걸 예까지...”

어제 생일이었던 여진이, 어머니가 가래떡과 경단을 보내왔다.

먼저 들어온 여진샘과 정환샘이랑 점심을 먹고

남아있던 달골 창고동을 청소하고 내려왔다.

멀리 공부하러 대처 나가있는 아들딸들이 돌아와 집안일 돕듯.

무리하게 미리 다하지 않아도 그리 일이 된다.


비가 내렸다.

경철샘, 연규샘, 수현샘, 윤지샘도 택시를 같이 타고 들어왔다.

정환샘은 어제까지 교생실습 한 달을 보냈더란다.

고단함이 밴 얼굴이더라니.

아, 이 비, 쉬어가라는 모양이구나, 이렇게 물꼬의 하늘은 또 절묘하게 흐르는구나.

쉬엄쉬엄 학교에서 필요한 일들을 하기로 한다.

장순샘은 저녁에 합류키로, 아리샘은 서울 집회를 끝내고,

기락샘과 류옥하다는 밤늦게 들어오기로 했다.

“있는 곳이 현장이다.”

서울에서 10만 민중 궐기대회가 있는 주말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궐기할 것이다.

오후엔 읍내 조건희 님이 막걸리를 들고 위문방문 있었다.

달골 현장에서 고되게 돌을 주워 내리라던 오후였으니.


움직였다, 달골 현장에 돌을 고르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가마솥방 바깥창문도 닦아내고, 부엌 곳간 냉장고 앞 벽에 그림도 그려 넣고,

여름 슬리퍼들을 씻고 널고 겨울 털신 꺼내놓고,

복도 장도 정리하였다.


저녁을 먹고 모여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과 보내는 계자에서 저녁 밥상을 물리고 하는 ‘한데모임’에서

절정은 노래, 노래들이지.

금룡샘이 엮어주었던 물꼬 노래집 ‘메알리’는 정말 올해 물꼬 최고의 선물이다.

아카펠라를,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골라,

혼자서도 여럿이도,

가르쳐도 주고...

그리고 시읽기로 넘어간 시간.

같은 시를 다른 목소리로 옮겨가며 읽고,

시 읽고 또 읽고...

푹하고 깊은 자리였다.

장순샘은 30년 만에 시를 읽어보았다 했고,

경철샘은 시를 찾는 며칠의 과정이 뜻밖의 훌륭한 경험이었다 했고,

수현샘은 같은 시를 돌려읽는 가운데

처음엔 마지막 연이 보이고 그러다 2연이 1연이 보이더라 했다.


깊은 겨울 밤, 산길을 걸어 달골 오르다.

장순샘은 댁으로 갔다.

아리샘은, 서울 집회 현장에서 흠뻑 젖은 아리샘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하기

다음에 걸음 하는 게 좋겠다 권하다.

비와 물대포에 다들 고생했겄다.


흙집 여자 씻는 곳 공사 일로 두 곳에서 다녀갔다.

규모의 문제, 근원의 문제 뭐 그런 이야기가 오갔고,

얼마만큼 할 거냐, 왜 그 만큼 할 거냐 결정해야했다.

결국 달날 작은 규모로 보수를 하기로 한다.

낡은 살림의 또 한 구석을 그리 보듬고 겨울로 달려가는 산마을이다.


“프랑스 공식발표 ‘6곳 동시테러로 최소 120명 사망, 80명 증상’

헐 이거 큰일이네”

12월 1일 OECD 행사 하나를 한국 측 대표로 준비하는 기락샘,

상황이 어이 되려나 걱정이란다.

200명의 희생자와 사상자, 그들의 벗과 부모와 이웃들 마음은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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