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4.나무날. 맑음

조회 수 700 추천 수 0 2015.12.29 05:43:04


서리...

데친 고구마줄기 껍질처럼 볕에 서리가 벗겨지는 아침이었다.

사랑하는 벗은 산으로 갔고, 걷고 있을 것이다.

긴 아침수행을 했다.

계자를 위해, 다친 마음들을 위해, 입학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사랑하는 그를 위해...

2015학년도 바깥수업들이 어제의 종강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이제 청계와 초등 계자 준비로 들어가는 시간.


고추장집 청소.

계자를 하는 동안 밥바라지와 밤 불지킴꾼은 사택에 짐을 푼다.

그런데 사택까지 손이 다 가지 못하기 잦아 번번이 묵는 이들이 해결하라 던져놓기.

하지만 이번엔 생각나는 것 한 가지씩 미리 챙긴다.

오늘은 벽장의 이불들을 꺼내 빨기.

사택 해우소 둘 문짝에 손잡이도 달고,

목공실로 전환중인 숨꼬방 정리.

아이들이 작업했던 나무들 못을 빼거나 해체하거나.

거기 있는 여분의 신발들도 정리.

들어간 걸음에 숨꼬방 현관 턱도 수리.

교무실 책상 앞으로 옮겨가서는 계자 건 일들도.

잠시 불가에서 책도 들여다보다.


“8시는 넘기지 않기로!”

물꼬 안에서 움직이다보면 밤 10시가 금방이고 자정이기도 일쑤.

일터와 삶터와 쉼터가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더욱.

하여 이 겨울 우리는 선언했다, 8시면 모든 작업을 멈추기로.

(그래야 적어도 10시는 안 넘으리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어르신 한 분이 대구를 가신다 했다.

“우리가 이불 장사를 한 적도 있으니까...”

이불을 부탁드렸다.

아이들을 좀 더 따숩게 재우기.

오래 경제적여건도 그랬고, 무언가를 사들이기 쉽지 않았다.

올겨울엔 몇 채라도 장만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호열샘의 혼례소식.

초등 4학년에 친구 따라 첫걸음 와서 새끼일꾼이었고 품앗이일꾼이었던 아이.

이제 생을 함께할 도반을 만났다.

발해 1300호 추모제를 올해는 물꼬에 모여 삼도봉을 올라 할 것이라 걸음은 어렵겠다만,

물꼬의 벗들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곧 인사를 다녀간다 했다.

“축하한다. 고맙다.”

견실한 청년으로 자란 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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