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나무날 퍼붓는 눈

조회 수 1358 추천 수 0 2005.03.27 00:28:00

< 3월 24일 나무날 퍼붓는 눈 >

어쩐답니까,
이리 질퍽거리면 봄 농사를 어이 시작한답니까.
지칠 만큼 퍼붓는 눈이(쉬 녹으니 더욱) 즐겁지 않을 것도 없으나
늦어지는 논밭일이 걱정입니다,
때 만났다 나왔던 개구리들이 살 길이 있기는 할런지...
거친 대해리 바람은 비닐하우스를 다 찢고(더 얽어맬 손길만 기다리다)
영양에서 농사일을 도우기로 한 이는 소식이 없습니다.
손님이 와서 못오신다는데,
그래도 먼저 한 이 곳 약속을 지켜야지 않을까 내심 마음이 자꾸 바쁩니다.

발목을 덮는 털신 지퍼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아 낑낑대다
초를 생각해내고 칠해봅니다.
금새 스르르 잠기네요.
그런 작은 생활의 지혜들은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그리고 여러 어르신들로부터 배웠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아이들이랑
햇볕과 바람과 흙들 말고도
우리를 키우는 손길에 대해 깊이 고마워했더라지요.

평창에 넘어갔다가 새벽 6시에 나왔습니다.
내리붓듯 쌓인 눈 속을 탈출하듯 빠져나와
눈을 피한다고 중부내륙을 타지 못하고
중부고속도로로 해서 경부선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9시 배움방 시작 시간엔 도착 하마 했는데
시간은 자꾸 넘어갑니다.
그래도 알아서들 꾸려는 갈 것이나
하필 오늘 공부는 같이 앉아서 할 것이 있었던 터라
전화로 여러 차례 안내말을 전했더랍니다.

돌아오니 저 남쪽에서 류옥하다 외할머니가 닿아계십니다.
오기로 했던 마지막 나무들이 실려왔더라지요.
석류에 편백에...
떡 상자도 같이 탔고,
한 자루나 되는 냉이는 어느새 다듬으셨는지 깔끔했더랍니다.
청경채랑 시금치도 또 한 자루 가득이네요.
펑펑 내리는 눈을 헤치고
내친 김에 달골 아이들 집터까지 트럭을 끌고 가
남순샘 은주샘 젊은 할아버지가 그 많은 나무를 죄 내리셨더랍니다.

'물이랑'시간은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집니다
(김수영의 시 '헬리콥터'가 생각났지요).
지난주엔 적절하게 비가 내려주었고
오늘은 또 적절하게 눈이 내려주었습니다.
물 조직 눈 조직을 그림으로 옮겨도 봅니다.
그것만 했겠는지요,
눈을 보고 말입니다.
눈싸움도 한판 붙고 눈사람도 만들고 이글루도 세우고...

오랜만에 새참을 준비합니다.
핫케Ÿ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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