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10.나무날. 흐림

조회 수 711 추천 수 0 2016.03.29 00:57:54


기온 점점 내려가 다시 얼음 언다.

차다.

수행을 끝내고 차리는 아침 밥상.

그래도 밥상은 봄일세.

냉이 잎으로 두부부침을 장식하였네.

가운데는 영춘화 띄운 물 그릇.

점심은 쑥이며 냉이며 미나리며, 그리고 풀 샐러드.


소리를 담는 방송 매체 하나 다녀가다.

동편제 소리를 좇고 있다.

그런데 어디나 사람살이 갈등이 있고,

카메라가 돌아가며 인터뷰를 하는데,

아, 민감한 문제가 등장하네.

지자체에서 그 지역 특성들을 살리느라

뉘가 어디 태생이냐, 이게 누구 것이냐들로 더러 다투는데,

갈등하는 지역 안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이야기가 아닐 것.

판소리는 어느 지역의 것이 아님!

세계적 가곡, ‘우리’ 것 아니겠는지.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연일 화제.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 지능에 대한 우려를 낳고,

그리고 1928년에 100년 뒤의 세상을 예측한 케인즈를 다시 불러온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모든 노동을 대체하여

하루 3시간, 주 당 15시간 노동,

돈 벌 걱정 없이 문화·예술의 급격한 발전이 있으리라 한.

그런데, 기술이 가져온 풍요를 누가 누릴 것인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무엇으로 누리게 될 것인가!

인간이 몇 개 남지 않은 일자리를 향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아귀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

하여 보편적 기본소득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인류가 이룬 풍요는 그 풍요를 일군 구성원 모두가 나눠 써야 한다!

기본소득은 그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소비가 가능해서 경제를 돌리는 방법도 될.

인공지능이 못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인공지능이 어떠네 하고,

그렇더라도 문화예술 일반을 대체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순수낭만주의도 있는데,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간적인 것은 여전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우리 둘이 나누는 숨, 우리 눈빛, 이 봄날이 불러오는 뒤척임,

이 결들은 여전히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네 이웃이 불행하면, 너도 불행해진다’는 케인스의 예언을 곱씹어 볼 지금.


지리산에서 돌아온 밤, 손목이 시큰거려 혼났다.

소리 스승님은 북을 치시느라 아팠던 손목이더니,

사람 손 탄지 오랜 부엌에서 며칠 먼지 앉은 살림살이를 터느라

걸레와 행주를 많이도 짰던 모양.

나흘 동안 지리산 아래 여러 지역에서

판소리를 비롯한 문화예술활동이 이어질 거라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이 수행하고 밥해먹으며 가르치고 배우고 나누자던 생각과는 다르지 않았으나,

여러 갈래에서 한다던 것은 바라던 대로 못하였네.

그러면 또 그런대로 뜻 있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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