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31.나무날. 맑음

조회 수 706 추천 수 0 2016.04.11 02:16:32


나무날, 꽃밭 나무들을 다듬다.(썰렁한? 그냥 웃기로.)

학교아저씨랑 오전 내내 학교 마당 꽃밭을 보며

가지를 어떻게 치는 게 좋을지,

어느 어느 나무를 패내 달골로 옮길지를 생각다.

그리고,

교무실에 앉아 월말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챙기다.

세금고지서도 달을 넘지 않게.


오후에는 수업 준비를 끝내놓고

세 시간여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라도 견뎌야 할 시간이 있다.

자꾸 밀어내는 생각이 밀쳐 들어와 다른 무엇을 할 수 없어

오직 그림을 그렸다.

무엇엔가 집중하면 명상이리.

그러고 나니 숨이 좀 쉬어지는.

사는 일이 끊임없이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대개 모든 일은 한꺼번에 닥치고,

그 돌더미들을 하나씩 건너거나 치우며 살아가는 일.

어쨌든 시간은 힘이 세다.


저녁 바깥수업 하나 시작한.

재활승마수업을 이번 학기 안 가는 대신 집중상담치료 아이 하나 맡았다.

밤늦게 돌아와 미역국에 밥 말아 먹다.

식은 미역국과 식은 밥이었으나 먹을 만했다.

겨울이 지나간 게다.

오늘은 밥에 든 계절을 먹었고나.


오가는 길에 목청껏 소리 연습을 하다.

전화기를 주로 두고 지내는 학교 안이었다

나가는 길에는 거개 통화할 일들을 몰아하고는 하더니

자주 통화하던 이도 먼 곳으로 떠난 날들

내게도 나를 위해 쓸 시간이란 게 생기더만.

짬이 쉽잖은 소리공부이더니

또 이렇게 한껏 목을 써본다.


그리고, 다시 그대 연애에 부쳐-

선언으로부터 사흘째이더냐.

이제 하루를 보냈다, 이제 이틀을 보냈다, 이제 사흘을.

이런 하루를 얼마나 더 보내야는 걸까,

그러나 날은 갈 테고, 기억은 엷어질 것이다.

세월에 기대노니.

그렇게 가는 거란다. 세월도, 생도.

아무쪼록 잊지 않길,

네게 귀 기울이고, 너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그대 편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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