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나무날 햇무리 아래 단 바람

조회 수 1492 추천 수 0 2005.04.15 00:09:00

<4월 7일 나무날 햇무리 아래 단 바람>

죙일 저들끼리 보냈던 어제 아이들은
물꼬 신문을 만들어놓았더이다.
진달래 핀 이야기도 있고,
도형이 도까로 불린 까닭,
나현이가 아침에 왜 화가 났는가,
사기 크리스탈(아이들이 한참 하고 있는 원석 채취)에 주의하라는 기사,
자연물로 추출해낸 채규의 진사싸인펜 이야기까지,
제법 재미가 있습디다.
만화도 곁들이며 꽤 꼴새를 갖췄더라지요.

류옥하다가 자리를 털고 드디어 곶감집에 합류했습니다.
"아무래도 깔끔하게 안나은 것 같애...
애들이 옮으면 어쩌지..."
간장집에 더 머무르고픈 마음으로 스을쩍 올려다보는데
짤 없이 가라하였지요.
그젠가는 가마솥방에서 물통을 찾아 물을 받아다 머리맡에 둡디다.
제 앞가림을 그리 하며 자라네요.

'물이랑'시간에 저수지에 올랐습니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은빛물결에 넋을 읽고 앉았더라지요.
산그림자 나무그림자가 내렸습니다.
누군가부터 물수제비를 날렸습니다.
통 통 통...
얇은 돌과 푸른 수면이 만나 빚어내는 소리와 물결이
우리를 사로잡았지요.
거기, 어떤 발길도 닿지 않은 땅인 듯 하더이다.
"저수지에 가서 가만히 들여다보며 느낀 고요와 평화가 좋았어요."
한데모임에서들 그러데요.

농기구 순회 점검이 있는 날이라
우리 관리기와 경운기도 기사아저씨가 손을 보러 끌고 나가셨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운동장으로 들어와 할 텐데
아이들 공부 중이라고 어른들이 좁은 동네 주차장에서 하셨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이래저래 마음을 많이 써주신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읽으려고 하는 노력이 커지는 '손말'시간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려는 건 '대화'니까요.
그 끝에 나가 쑥을 캤지요,
캐다 지치면 소똥 싸움도 하면서.

힘기르기하자며 달팽이놀이를 한 판 끝낸 아이들은
(다리 무지 아픕니다. 돌고 또 돌고 기를 쓰고 돌았지요.)
시냇가로 달려가 댐을 만듭니다.
물이랑 시간은 그리 놀이로 이어지고 있네요.

동아리 신청이 시작되었습니다.
만화동아리 '밀알'과 노래동아리 '8분음표'...
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네요.

공동체 식구 모두모임이 있는 날이지요.
얼갈이 배추가 싹을 낸 소식도 듣고,
공동체에서 저마다의 일 확인도 하고,
풀고 싶은 마음도 헤아리고,
농기구 쓰는 법, 설거지 잘하는 법에 대해
처음처럼 다시 안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스스로 자기 속상함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도 얘기 나왔더라지요.
"세상에는 보물이 참 많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그런 보물찾기를 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같이 살면서 자기가 알아차린 바들을 찬찬히 내놓고들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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