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나무날. 맑음

조회 수 736 추천 수 0 2016.07.06 11:50:53


오늘밤은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잦다.

논두렁 저온샘이랑 오랜 통화.

시 잔치 사회를 시인인 그가 맡기로 했다.

어떤 흐름이면 좋을지, 무엇을 나누면 좋을지들을 나누는 결에

벗으로서 이러쿵저러쿵 오고가는 이야기도 길었네.

이제 두루 시 잔치에 누가 걸음 할 지 연락들도 하고 확인도 해얄세.


목공실에 들다.

어제 나무판들을 이어 붙였던 것을 오늘 둥글게 직소로 자르고

목재 보호용 도료로 칠했다.

달골 계곡 들머리에 붙일 표지판이다.

마르고 난 뒤 도로표지판처럼 빨간 테두리에 ‘길없음’이라 적힌 표식을 붙이다.

처음엔 구구절절 긴 텍스트를 붙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명문이라 한들 누가 그것을 달리는 차에서 굳이 내려 읽겠는가.

(나 같은 아날로그 인간형은 읽을 수도, 하하.)

중요한 건 전달에 있고

전달은 그저 기호 하나로도 충분할 것.

막다른 길이다, 더는 길이 없다, 오지 말라, 돌아가라, 위험하다,

그런 말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할 때

금룡샘이 딱 한 마디로 해준 정리가 그러했다; 길없음!

해질녘 말뚝과 원형 표지판을 가지고 계곡으로 가 세웠다,

다리에 이르기 전 오른 편에.

꽝 박은 도장 같은!

아주 시원시원하다.

‘길없음’을 보며 때로 나는 너무 말이 길다는 생각.

친절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전달을 방해하기도 하는.

이 역시 ‘균형’일지라, 삶의 많은 문제가 그러하듯.


병원, 그거 쉽게 가지 않는 곳이다.(주어가 ‘나’? 아니. ‘흔히 사람들이’)

뭔가 문제가 생겨도 끝끝내 병원을 가지 않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신념이라든지 그런 것이라기보다 그저 그런 장소를 챙겨서 가기 쉽잖은.

툭하면 병원으로 향하는 이 반대편에 또 그런 사람들이 있다.

쓰러지거나 아주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갈 생각 못하는.

오늘 늑골 통증으로 병원 가는 길에 마침 만나기로 한 벗도 함께 끌고(?) 가다,

건축현장에서 오래 고생하고 남은 그의 손목 통증을 들어왔던 터라.

어쩌면 큰 수술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싶었더니

다행히 작은 시술로 일정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문제.

길어질지도 모른다던 시간이 짧아져

영동 천변도 걷고

물꼬로 들어와 차도 마셨네.


저녁엔 치유수업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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